사상 최고가에 꺼낸 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 금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시카고 인근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 현장에서 폭스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매우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실제 시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자동차용 휘발유 가격이 다소 오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배경에는 기록적인 경유값이 있습니다. 미국 내 경유 소매가격은 지난주 갤런당 평균 6.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경유는 농기계와 화물 트럭, 열차, 난방 등에 폭넓게 쓰이는 필수 연료라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을 밀어 올리는 상황입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도 상당합니다.
미국이 '최후의 공급자'가 된 이유
글로벌 경유 시장이 흔들린 건 공급망 두 곳이 동시에 막혔기 때문입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드론 공격으로 중동과 러시아 물량이 급감했고, 그 빈자리를 미국이 메웠습니다. 지난달 미국산 경유 수출량은 하루 약 200만 배럴로 주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주요 수입국은 브라질, 칠레, 멕시코, 영국, 네덜란드 등입니다. 특히 유럽은 중동과 러시아 물량이 줄면서 미국산 의존도가 커졌고, 선박 운임이 오르는 가운데 10월 예약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와 무역대표부는 90일간 수출 중단 방안의 파급효과를 분석해 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역효과 경고와 동맹국 위기
수출 금지가 실제 시행되면 단기적으로 미국 내 경유 가격은 내려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유업체들은 반발합니다. 경유뿐 아니라 휘발유와 항공유를 함께 생산하는 구조상 수출을 막아 가동률이 떨어지면 다른 연료 공급까지 줄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연료석유화학협회는 "연료 생산 감소와 가격 상승"을 경고했습니다.
업계는 대안으로 연방 경유 소비세 부과 중단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강제 금지 대신 자발적 수출 자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고, 일부 정유사는 해외 계약에 비상 조항을 넣고 있습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한 조치는 법적 해석을 둘러싼 소송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바이든 전 대통령도 연료 가격 급등기에 수출 제한을 검토했지만 시행하지는 않았습니다. 트럼프는 동맹국 피해보다 자국 물가 안정을 우선하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어, 실제 조치 여부에 세계 경제가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