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위에 선 마케팅 업자
강남과 명동 등 서울 주요 상권에 자리 잡은 다이어트 전문 병원들에서 충격적인 불법 행위가 드러났습니다. 마케팅 업자들이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면서 "우리가 의사 위"라고 공공연히 말하며 처방을 지시해온 겁니다. 이들은 2020년부터 5년간 3개 병원을 통해 20억 원이 넘는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로 경찰에 적발되었고, 관련자 14명이 검찰로 송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의료법을 교묘히 회피하기 위해 '사무장 병원' 형태로 운영해왔습니다. 실질적인 병원 설립자는 의사 면허가 없는 마케팅 업자들이었고, 의사들은 그들이 고용한 '바지 원장'에 불과했죠. 심지어 투자자로 위장하기 위해 허위 투자 약정서까지 작성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처방부터 후기 조작까지
이들의 불법 행위는 처방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마케팅 업자들은 의사들에게 유명 다이어트 병원의 처방을 모방한 '진료 가이드'를 제공했는데요. 환자의 개별 상태를 진단하기보다는 식욕억제제를 최대량으로 일괄 처방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까지 가하며 문제를 덮으려 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건 SNS 관리 방식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 거짓 후기를 올리도록 지시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병원 인기를 부풀렸죠. 환자들의 건강보다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는 의료 시스템의 왜곡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약국-제약사와의 유착 구조
이들의 수익 모델은 약국과의 독점 계약에서 완성됐습니다. 같은 건물에 있는 약국 3곳과 5:5 수익 분배 계약을 맺고, 처방전만 넘겨도 수익의 절반을 가져가는 방식이었어요. 2020년부터 올해 2월까지 약국으로부터만 16억 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제약사와의 관계도 문제였습니다. 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 거래 유지 대가로 5억 원을 추가로 받았는데, 의료계의 불법 리베이트 문화가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장기간 단속 회피의 비결
5년 이상이나 단속을 피해온 비결은 치밀한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다이어트 약만 비급여 항목으로 처방하고, 직원들에게는 비밀 유지 협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철저히 위장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한 의사의 구속으로 인해 병원이 폐업하면서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됐죠.
이번 사건은 의료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적발된 대규모 처방전 뒷돈 거래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경찰은 범죄수익 16억여 원을 추징보전했고, 향후 유사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의료 시스템의 투명성과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