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건 중 16건, 공격자 모른다
최근 국내 금융권을 겨냥한 해외발 해킹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2024년 1월부터 지난 8일까지 확인된 사건은 모두 18건인데, 공격자를 실제로 확인한 건은 단 2건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16건 중 13건은 공격 IP로 국가를 추정했을 뿐이고, 3건은 출처조차 알 수 없습니다.
확인된 두 건은 국제 랜섬웨어 조직의 소행이었습니다. 2024년 7월 서울보증보험은 '건라(GUNRA)'의 공격으로 서버가 감염돼 64시간가량 서비스가 멈췄고, 1,191만 원의 배상금이 지급됐습니다. 같은 해 4월 저축은행 사고는 'INC Ransom'이 직접 대가를 요구하면서 배후가 드러났죠.
문제는 나머지입니다. 공격 IP가 추정된 국가만 봐도 중국, 미국, 불가리아, 베트남, 일본, 영국 등 10여 개국에 이릅니다. 하지만 VPN과 IP 우회가 흔해 IP만으로 실제 공격 주체를 특정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AI가 바꾼 공격 방식
이번 사태에서 주목받는 건 공격에 인공지능이 동원됐다는 점입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보고서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 금융사가 동일 공격자의 표적이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산 AI 침투 도구 '아르텍스'와 '딥시크', 미국의 '클로드 코드'가 활용된 정황이 포착됐죠.
공격자가 AI에게 이력서 작성을 요청하며 이름 이니셜 'YY', 26세, 화남이공대 학력, 광둥성 마오밍 거주지 같은 정보를 남긴 게 결정적 단서가 됐습니다. 고도의 실력 없이도 AI의 도움만으로 금융기관을 뚫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핵심입니다. 다만 이력서의 생년월일이 2007년으로 적혀 나이와 맞지 않는 등 모순도 발견됐습니다.
당사자는 "누명" 주장
지목된 인물은 자신이 해커가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SBS 취재진이 보고서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자 그는 "사기 전화"라며 휴대폰 번호가 도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며 허난성 정저우에 산다는 겁니다. 텔레그램 계정 'YY'는 DDoS 공격 대행 커뮤니티 관리자로 등록돼 있었지만 이후 삭제됐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구체적 사실을 알지 못한다며 해킹 행위와 허위 정보 유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금융당국과 국회는 대응 부실을 두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KB국민은행은 1차 공격을 정상 트래픽으로 판단해 대응을 미루다 2차 공격까지 허용했고, 신한은행은 2만5천여 건의 고객 정보를 유출당했습니다. AI 공격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권 보안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