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급여화 추진, 토론회 취소로 급제동
정부가 추진하던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 확대가 사실상 제동이 걸렸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4일로 예정했던 대국민 토론회를 전격 취소했는데요. 복지부는 이미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제기된 만큼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정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검토를 주문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중점 과제로 공식 언급하며 속도를 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토론회 개최를 앞두고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추진 동력을 잃게 된 것입니다.
생명 살리는 치료가 먼저라는 반발
가장 강하게 목소리를 낸 건 중증 및 희귀질환 환자단체들이었습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이 2021년 84%에서 2024년 81%로 하락했고, 암질환 보장률도 80.2%에서 75%로 낮아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탈모약 급여를 논의하는 건 순서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희귀·필수의약품 96개 중 73%인 70개 품목이 여전히 비급여 상태입니다. 연평균 3억 3천만 원에 달하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비롯해 고액 항암제들도 보장망 밖에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환자단체들은 탈모 급여화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중증질환 보장성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탈모를 겪는 청년들의 고통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는 탈모를 정신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질환으로 보고 20~34세 청년층 지원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단체는 청년 지원이 필요하다면 별도의 국고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대안까지 제시했습니다.
연내 추진 불투명, 재검토 국면
토론회 취소로 탈모 치료제 급여 확대는 연내에 추진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복지부는 탈모 토론회는 중단했지만, 청년을 비롯한 국민 건강 문제 해결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 발굴은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건보 재정의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의학적 필수성과 재정 영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해 단기간 내 급여화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겁니다.
이번 사태는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미용과 생명, 삶의 질과 생존권 사이에서 건강보험의 방향성을 두고 사회적 공론화가 더욱 깊어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