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기각한 'VIP 격노 은폐' 영장
2023년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이른바 'VIP 격노설' 은폐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군 지휘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일, 황유성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문연철 전 해병대사령부 방첩부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는데요. 재판부는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증거 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번 영장 기각은 권창영 특별검사가 이끄는 2차 종합특검팀의 수사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했습니다. 앞서 지난달에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영장도 기각되었는데,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가 연이어 실패한 셈입니다. 특검팀은 방첩사가 채 상병 사건 처리 과정에서 VIP의 격노와 관련된 정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고 보고 있었죠.
사건의 핵심을 둘러싼 의혹들
채 상병이 순직한 지난 2023년 7월,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건 책임자 관련 보고를 받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진 'VIP 격노설'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후 수사 외압 의혹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이 사건에서 방첩사의 역할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특검팀에 따르면 황 전 사령관은 사건 발생 직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과 잇따라 통화하며 내부 정보를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문연철 전 방첩부대장 역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과 대화를 나누며,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VIP 격노 사실을 폭로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특검팀은 문 대령이 황 전 사령관으로부터 "VIP에 대해 더 알려고 하지 말고, 있는 것도 다 지우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녹음 파일을 확보한 상태였는데요. 두 사람은 2023년 8월 3일부터 24일까지 총 14차례 통화하며 사건 동향을 주고받은 정황도 포착되었습니다.
특검의 향후 수사 방향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특검팀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김정민 특검보는 이들의 행위를 공무원이 해서는 안 될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법원은 혐의에 대한 법적 다툼 가능성과 도주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영장 기각이 곧 무혐의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법원의 판단은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 수사 타당성에 대한 것이지, 혐의의 유무나 중대성을 결정한 것은 아니니까요.
특검팀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향후 이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검토할 방침입니다. 다만 핵심 인물들의 신병 확보가 연이어 실패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향후 특검팀이 불구속 상태에서도 수사를 마무리할지, 아니면 추가적인 증거 확보를 통해 재차 영장을 시도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