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향해 가방으로 '퍽'
일본 나고야의 한 편의점에서 한국인 A씨는 남편과 어린 딸과 함께 쇼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다가온 한 일본인 여성이 갑자기 A씨의 어깨를 강하게 밀치며 지나갔습니다. 충격이 워낙 컸던 A씨는 비명을 지를 정도였고, 들고 있던 휴대전화도 흔들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여성이 지나가면서 A씨의 딸에게 다가가, 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로 아이의 얼굴을 치고 지나간 겁니다. 어린 아이는 휘청거렸고, A씨는 '왜 아이까지?'라는 참담한 심정을 SNS를 통해 호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최근 일본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부츠카리(故意衝突, 고의 충돌)' 사건이 잇따르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습니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약자로 보이는 어린이를 노린 공격이 포함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A씨가 항의했지만, 가해 여성은 오히려 휴대폰을 꺼내 피해 가족을 촬영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츠카리'는 왜 생기는 현상일까
'부츠카리족'이란 공공장소에서 지나가는 타인에게 고의로 몸을 부딪치는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일본 현지 용어입니다. 이 현상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일본 내에서는 일종의 분노 표출 방식으로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는데요, 주로 상대가 사과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 보이는 대상에게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행위가 외국인 관광객,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여성 관광객을 향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2024년 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응답자 5명 중 1명꼴로 부츠카리 피해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결코 낮지 않은 비율입니다. 일본 사회 내에서는 혼잡한 공공공간과 개인주의적 성향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의 돌출구 중 하나로 분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석을 떠나, 의도적으로 상대를 치고 지나가는 행위 자체는 명백한 폭력이며, 특히 의사표현이 어려운 어린이에게 가해질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큽니다.
단순 예의가 아닌, 사회적 폭력으로 비화
도쿄 시부야에서도 지난달 비슷한 사건이 포착되었습니다. 한 여성이 번화가 보행자들을 잇달아 부딪치며 지나가는 영상이 확산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외국인 어린이가 밀쳐져 넘어지는 장면이 담겨 큰 공분을 샀습니다. A씨의 사례 영상이 공개된 후에도 일본 거주 경험자들과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유사 경험담과 사과의 메시지가 이어졌습니다. 이는 이 문제가 특정 개인의 문제를 넘어 일본 사회가 직면한 하나의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관광 산업이 중요한 일본으로서는 이 같은 사건이 국가 이미지와 관광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좁은 길에서 실수로 부딪힐 수 있다'는 변명과, '대상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행하는 폭력'은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현지에서는 가해자의 처벌 근거가 모호하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언어 장벽과 불분명한 신고 체계로 인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일본 사회가 이 고질적인 문제를 단순한 '민폐'가 아닌 '공공장소에서의 폭력'으로 인식하고, 관광객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지가 향후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