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비대면진료, 배송 제도화 요구
비대면진료가 도입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들은 처방약을 받기 위해 약국을 직접 찾아야 합니다.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이런 상황을 '반쪽짜리 제도'라고 규정하며 의약품 배송의 전면적인 법제화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진료와 처방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데 약 수령만 직접 방문해야 한다면, 환자의 실질적인 의료 접근권이 제한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현행법은 섬이나 벽지 거주자, 장기요양 수급자, 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5개 유형으로 약 배송 대상을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대는 이런 행정적 범주가 실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나 면역이 저하된 암 환자, 수술 후 회복기 환자, 아동 보호자 등을 배제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환자의 실질적인 필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은 오히려 의료 취약 계층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환자단체는 이 문제를 단순한 산업 활성화나 플랫폼 기업의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권과 접근권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나 장기요양 등급에 미달하지만 이동이 어려운 노인들이 약국 방문을 강요하는 현실은 제도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겁니다.
약사회 "국민 건강권 위협" 총력 투쟁 선포
환자단체의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대한약사회는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총력 투쟁을 선포했습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정부가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배송 확대를 발표한 것은 독단적인 폭주이며, 국민 건강권과 입법권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약사회는 이번 정책이 국민의 안전보다 영리 플랫폼 기업의 이윤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의약품의 특성상 조제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서 오남용이나 변질 우려가 크다는 입장인데요. 보건의료 공공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국회와 시민사회와 공조하며 정책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환자·소비자연대는 약사회의 반대 논리가 환자 안전이라는 명분 뒤에 직역의 이해관계를 숨긴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칩니다. 약물 오남용이나 배송 중 안전 문제는 관리 제도와 책임 체계를 구축해 해결할 문제지, 서비스 자체를 금지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합의 없는 정책 추진 논란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정부의 제도 추진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의료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기도 전에 배송 확대를 발표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팽개친 독단적인 행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책의 취지는 환자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데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물론 안전성과 접근권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환자단체는 온도 관리가 필요한 의약품이나 마약류 등에 대한 엄격한 배송 기준을 하위법령으로 구체화하고, 처방부터 수령까지 추적 관리가 가능한 체계를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특정 플랫폼이나 약국이 배송 권한을 독점하지 않도록 환자가 직접 등록된 배송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불공정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의료 접근권을 확대하면서도 국민 안전을 확보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는 약사회와 환자단체, 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 하위법령과 관리 체계를 세밀하게 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 비대면진료가 진정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