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41만 명
프랑스 전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리 외곽 고등학교의 교육 환경 개선 요구에서 시작된 불만이 고물가와 공공서비스 악화 문제로 번지면서, 10월 24일에는 정부 추산 41만 명이 거리로 나섰는데요. 경찰 7만 명이 투입됐고 1,300명 넘게 체포됐습니다.
이후 노동계와 노란 조끼 세력도 합류했습니다. 노동총동맹은 참가 인원을 80만 명 이상으로 집계했고, 연좌농성과 총파업까지 예고된 상태입니다. 정부가 수습에 실패하면 충돌은 다시 격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SNS를 막겠다는 카드
정부의 대응은 이례적이었습니다. 르코르뉘 총리는 오랑주와 SFR 등 4대 통신사에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X 접속을 차단할 준비를 요청했습니다. 특정 지역만 골라 통신망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는데요.
통신사들은 곧바로 난색을 표했습니다. 좁은 지역만 골라 SNS만 차단하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VPN으로 우회할 수 있어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겁니다. 결제와 긴급 통화가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고, 차단은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법적 걸림돌도 컸습니다. 2024년 뉴칼레도니아 사태 때 틱톡을 차단했다가 이듬해 국사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전례가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 점이 이유였습니다. 대신 의회는 폭력 선동 게시물은 24시간, 폭동 조장 게시물은 1시간 안에 삭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저성장이 만든 분노
뿌리는 결국 경제입니다. 프랑스는 올해 성장률이 0.7%에 그칠 전망이고, 일반정부부채 비율은 118%를 넘어섰습니다. 자산 상위 10% 가구가 전체의 54.71%를 보유한 반면 하위 50%는 4.96%에 불과합니다. 감세와 긴축이 겹치면서 부담이 서민층으로 몰린 겁니다.
한국도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반도체 호황 덕에 성장률은 4%를 웃돌지만 민간소비는 0.2% 줄었고, 청년 고용률은 29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정부는 주거 안정과 일자리, 서민금융을 3대 핵심 사회정책으로 내걸고 '모두의 성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퍼지지 않으면 거리의 분노는 언제든 우리 쪽으로도 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