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확보한 내부 지침
6·3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도선관위에 보낸 이메일 한 통이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메일에는 투표자 수에 작은 오류가 있다면 다음 보고 시각에 가감해서 보고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이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시도위원회가 수정을 허용해야 한다는 공식 종합관리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지시입니다.
합수본은 이 지침의 작성과 전달 과정에서 선관위 상층부가 관여했거나 보고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선관위 측은 시간대별 투표자 수가 잠정 수치라 오류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시흥시를 뒤덮은 비정상적인 투표율 변화
경기 시흥시에서 나타난 집계 결과는 이 지침이 어떤 식으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오전 9시 투표율 집계 당시 정왕본동, 연선동, 능곡동 등 3개 동의 투표자 3,612명이 누락되었습니다. 이후 시흥시 선관위가 경기도 선관위에 문의하자, 9시의 잘못된 수치는 그대로 두고 10시에 누락분을 합산해서 보고하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시흥시의 투표자 수는 1시간 만에 2만여 명 가까이 급증했다가 11시에는 다시 급락하는 이례적인 흐름을 보였습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발생한 증가율 차이는 중앙선관위 공식 발표치와 비교해 1.63%p에 달했습니다. 중앙선관위조차 발표된 투표율과 실제 집계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 상태입니다.
전국으로 번지는 선거 데이터 불신
이번 사태는 앞서 경기도 49개 투표소에서 특정 시간대 투표자 수가 0명으로 집계된 허위 입력 논란에 이은 추가 사례입니다. 투표소별 실시간 집계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선거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임의로 숫자를 맞추는 방식이 용인되었다면 이 데이터를 믿을 수 있는 근거가 약해집니다.
선관위가 오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바로잡는 과정이 없었다면, 단순 실수를 넘어 국민의 참정권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합수본은 확보된 이메일을 토대로 누가 이 지침을 만들었고 어떤 경로로 하달되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선거 관리 기관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데이터 수정의 전 과정이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