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된 보험료와 확대되는 보장 사이
정부가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하면서 역대 다섯 번째 동결 조치가 결정됐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와 함께 희귀질환자와 당뇨병 환자, 무치악 어르신 등을 위한 보장 강화 방안도 발표했는데요. 보험료는 동결하고 혜택은 늘리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재정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희귀·중증난치질환자 136만 명의 본인부담률은 기존 10%에서 7%로 낮아졌고, 향후 5%까지 추가 인하될 예정입니다. 중증 2형 당뇨 환자에게도 기존 1형에만 적용되던 인슐린 자동주입기와 연속혈당측정기 지원이 확대되었으며, 무치악 어르신은 임플란트 2개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조치들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분명한 의미가 있습니다.
누적 적립금과 소모되는 재정 사이
하지만 재정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정부는 2025년 말 기준 30조 2,000억 원의 누적 준비금과 국고 지원 확대, 반도체 호황에 따른 보험료 수입 증가를 동결의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반면 최근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던 건강보험이 올해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고, 노인 인구 증가로 진료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대로라면 2028년에 누적 적립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위원 13명 중 8명이 인상을 주장할 정도로 내부 의견도 갈렸습니다.
정부는 지출 구조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연간 외래 진료 300회를 초과하면 본인부담률을 90%까지 올리고, 중복적인 CT 및 MRI 검사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경실련과 건보노조 등은 이런 대책이 실행력 면에서 부족하다며 중장기적인 지출 통제 전략 수립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물결
이런 가운데 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취임 후 AI 기반 건강복지 플랫폼 구축과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건강관리, 돌봄이 연결된 생애주기 건강보장체계를 만들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면서 꼭 필요한 보장은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재정 효율화와 공정한 부담 분담을 통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건강보험은 확대와 절약 사이에서 민감한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민의 삶을 보듬는 안전망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재정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