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문을 두드리지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군사회담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10월 28일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나온 발언인데요. 군사분계선 일대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화로 풀어가자는 메시지였습니다.
정 장관은 DMZ OPEN 에코피스포럼 축사에서도 같은 문제를 짚었습니다. 불과 1년 전 선제적 신뢰 조치로 되찾은 평화가 다시 위협받고 있다는 겁니다. 강 대 강의 대치는 위기만 키우고, 선 대 선의 대화를 통해 남북 입장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군사회담을 먼저 제안한 쪽은 국방부입니다.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은 10월 23일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회담을 북측에 재차 제의했는데요.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 제안이지만 북한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경선을 굳히는 작업
반대편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4년 4월부터 비무장지대 일대에 고압전류 철책과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고 방사포와 자주포를 배치했습니다. 주변에는 지뢰까지 매설했는데, 합동참모본부는 그 수가 96만 발에 이른다고 추산합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현장을 직접 시찰하며 남부국경 영구화를 명령했습니다. 영토 주권을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표현도 함께 나왔는데요. 철책과 전선은 남쪽과의 단절만이 아니라 내부 인원 유출을 막는 장치로도 읽힙니다.
여기에는 대미 협상력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부동하다고 규정한 상태에서 요새화를 진행하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쓸 카드가 하나 늘어나는 셈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적대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내건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흔들리는 정전협정 체제
쟁점은 정전협정의 유효성입니다. 합참은 요새화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했지만, 유엔사는 방어적 조치가 자동적으로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판단이 갈리는 겁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정전협정이 무력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제적 기준선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군사적 완충 장치가 약해질수록 대화의 필요성은 오히려 커집니다. 다만 요새화 작업이 2028년 후반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당분간 남북 간 긴장 수위는 오르내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