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킨 현장 방문
국회의원과 대기업 CEO가 새벽배송 현장에서 만나 함께 박스를 나르는 모습이 화제가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과 쿠팡의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는 지난 19일 밤부터 20일 새벽까지 경기 성남 일대에서 약 10시간에 걸친 배송 체험을 진행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염 의원이 로저스 대표에게 직접 제안했던 '야간배송 동행' 약속을 실천에 옮긴 것입니다. 청문회에서의 공개 제안이 실제 현장 체험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상징적인 행보로 평가됩니다. 초기 협의가 소극적으로 진행되며 결렬될 뻔했지만, 택배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성사됐습니다.
추운 새벽, 무거운 박스
체감온도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 두 사람의 배송 체험은 새벽 6시 30분에 시작됐습니다. 성남 야탑캠프에서 사전 안전교육을 받은 후, 염 의원과 로저스 대표는 각각 택배 차량을 운전하며 약 130여 가구에 200건이 넘는 물량을 배송했습니다. 프레시백 회수, 물량 소분, 상차 작업부터 아파트와 주택을 찾아다니며 박스를 전달하는 일까지, 배송 기사가 하는 모든 일을 직접 해봤습니다. 로저스 대표는 현장에서 유연하게 대화에 임하며 배송 기사들의 업무를 꼼꼼히 확인했고, 염 의원은 배송 과정 내내 로저스 대표와 야간 노동의 강도나 수수료 구조 같은 현장 애로사항을 이야기 나눴습니다. 염 의원은 이번 체험보다 약 일주일 전인 3월 13일에는 안양캠프에서 '퀵플렉서' 배송 보조 업무도 체험한 바 있습니다. 두 번의 체험을 통해 그는 플랫폼 간접고용(퀵플렉서)과 플랫폼 직고용(쿠팡친구) 방식에 따라 실제 노동 강도와 업무량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직접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체험 이후, 남은 과제
체험을 마친 염태영 의원은 퀵플렉서 체험 때보다는 노동 강도가 낮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새벽까지 이어지는 장시간 야간 작업이 생체 리듬을 무너뜨리고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로저스 대표에게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 강도에 대한 이해, 건강검진 의무화, 수수료 체계 개선 등 현장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요. 로저스 대표는 이전 청문회 때보다 부드럽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지만, 이번 체험에서 구체적인 정책 개선이나 약속을 즉각적으로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쿠팡 측은 이번 체험이 배송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현장 방문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실제 노동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여전히 쿠팡의 향후 행보에 달려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과 건강 문제는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