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방남, 우승컵을 들어올리다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5월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일본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전반 44분, 주장 김경영이 왼쪽 측면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결승골을 터뜨렸고, 이 골은 그대로 경기의 승부를 갈랐습니다. 내고향은 지난해 11월 조별리그에서 같은 팀에 0-4로 패했던 아픔을 딛고, 한국 땅에서 아시아 최강 클럽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번 방남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북한 클럽팀의 한국 방문입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음에도,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한다는 국제 규범에 따라 AFC 대회 참가를 허용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수준 높은 경기들이 아시아 여자 축구의 눈부신 발전과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며 우승을 축하했고, "공은 둥글고,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우승의 기쁨 뒤에 숨은 논란들
하지만 우승의 기쁨 뒤에는 여러 논란이 함께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 약 3억 원이 투입된 '남북 공동응원단'의 운영이었습니다. 2,670여 명의 시민들이 모인 공동응원단은 내고향을 일방적으로 응원했고, 경기장에는 '5.24 조치 해제하라'는 정치적 현수막까지 등장했습니다. 수원FC 위민의 박길영 감독은 대한민국 팀이 외면당했다며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더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리유일 감독은 국내 취재진이 '북측 여자 축구'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국호를 제대로 불러라"며 발끈했고, 결국 질문을 거부한 채 기자회견장을 퇴장했습니다. 선수단 역시 공동응원단에 감사 인사를 전하지 않고 버스로 곧바로 빠져나갔습니다. 탈북 후 미국 싱크탱크에서 활동 중인 이현승 연구원은 "북한 선수와 감독이 체제 생존 본능을 드러냈다"며, "한국의 일방적 환대가 오히려 북한 선수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스포츠 교류, 남북관계의 징검다리가 될까
이번 대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립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 스포츠 경기 틀 내에서 남북한이 소통하고 간접 접촉한 경험이 의미 있는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이번 접촉이 적대감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북한이 경기 장소를 언급하지 않고 자국 매체를 통해 우승 소식을 전한 점, 선수단이 남측의 환대에 전혀 반응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냉랭한 남북관계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내고향은 우승 상금 100만 달러와 내년 1월 FIFA 여자 챔피언스컵 출전권을 확보했습니다. 스포츠가 남북 관계 회복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