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뇌를 켜고 끄는 기술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빛으로 뇌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광유전학을 개척한 세 과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미국 스탠퍼드대 칼 다이서로스 교수,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페터 헤게만 교수, 뷔르츠부르크대 게오르크 나겔 교수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는데요. 특정 신경세포만 골라 빛으로 켜고 끌 수 있는 기술을 만든 점이 핵심입니다.
기존 전기 자극이나 약물이 여러 세포를 함께 건드린 반면, 광유전학은 개별 세포 수준에서 원인과 결과를 확인하게 합니다. 뇌를 관찰하던 신경과학이 특정 회로를 직접 시험하는 단계로 이동한 겁니다.
녹조류에서 찾은 빛 스위치
출발점은 2002년 헤게만 교수와 나겔 교수가 단세포 녹조류 클라미도모나스에서 채널로돕신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이 단백질은 빛을 받으면 이온이 세포 안으로 흐르게 해 전기적 활성을 일으킵니다. 두 교수는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연구했고, 헤게만은 생화학연구소에서, 나겔은 생물물리학연구소에서 각각 팀을 이끌었습니다. 막스플랑크협회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기초연구의 요람입니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2005년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생쥐 신경세포에 넣어 빛으로 신호를 유도했고, 2007년에는 살아 있는 동물의 특정 회로만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실험을 확립했습니다. 이후 광유전학은 기억과 감정, 수면, 운동 같은 복합 기능을 연구하는 표준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수상 소식을 받은 그는 아이들 샌드위치를 만들면 된다며 웃었다는 일화도 전해졌습니다.
치료 가능성과 남은 숙제
광유전학은 난치성 뇌질환 치료에서도 기대를 모읍니다. 망막색소변성 환자의 남은 세포에 빛 감지 단백질을 넣어 시각 기능을 회복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인데요.
미국 나노스코프 테라퓨틱스는 이를 바탕으로 모젠리 제제의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파킨슨병과 간질, 수면장애 연구와 신약 후보 검증에도 활용됩니다.
다만 청색 빛은 조직 깊숙이 침투하기 어렵고, 강한 빛은 세포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벡터 전달 과정의 면역 반응과 안전성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김기현 교수는 특정 회로의 기능을 직접 시험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고, 삼성서울병원 형수진 교수는 기존 치료 선택지가 없던 환자에게 기능 회복의 단서를 제공했다고 봤습니다. 광유전학이 연구 도구를 넘어 실제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