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에서 일어난 첨단 가전 화재
2026년 7월 21일 오전 10시 27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5층에서 큰불이 났습니다. 안방에 놓여 있던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폭발하면서 검은 연기가 아파트 한 라인을 뒤덮었고, 주민 20여 명이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불은 약 1시간 37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70대 여성 등 3명이 연기를 마셔 치료를 받았고 전체 피해액은 8천만 원 안팎으로 집계됐습니다.
화재 당시 집 안에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만 있었습니다. '펑' 하는 굉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고, 가사 도우미가 '배큠(Vacuum)!'이라고 외치며 내려왔다고 합니다. 경비원은 울고 있는 가사 도우미를 보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소방당국은 차량 36대, 인력 133명을 투입해 약 20분 만에 큰불을 잡았습니다.
1978년 건물, 스프링클러도 없었던 곳
이번 화재가 유독 무서웠던 이유는 한양아파트가 1978년에 지어진 노후 단지라는 점입니다.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이어서 화재가 난 세대에는 스프링클러가 전혀 없었고, 초기 진화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제학과 교수는 "노후 아파트일수록 피난·방화 시설이 상대적으로 미비하게 적용된 경우가 많아 사전 관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발화 지점을 둘러싼 단정은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 거주자 진술만 놓고 보면 로봇청소기가 발화 지점이 분명해 보이지만, 지난 2월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에서도 거실 식탁에서 불꽃이 발견됐으나 실제 발화점은 천장 내 배선이었던 전례가 있습니다.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로봇청소기 잔해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전기적 요인 전반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한양아파트는 현재 압구정4구역 재건축 정비구역에 포함돼 있지만 정비 사업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상황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집 안에서 폭발할 수 있다면
발화 가능성이 거론된 로봇청소기는 유명 중국 브랜드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입니다. 거주자는 "로봇청소기가 시커멓게 타들어 간 상태였다"고 진술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고온 환경, 물리적 손상, 충전 중 이상 작동을 일으킬 때 열폭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충전 상태에 장시간 두거나 직사광선이 닿는 곳에 보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만 강남소방서 측은 "아직 발화 지점과 원인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전기적 요인을 중심으로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배터리 자체의 결함, 충전기 회로 이상, 외부 충격 등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감식한 뒤에야 정확한 원인이 나옵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첨단 가전이 고장 난 사례를 넘어, 48년 된 주거 공간에서 최신 가전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