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와 시민의 대조된 행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화석연료 로비스트 1,600명 이상이 참석해 전체 참가자의 약 4%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역대 기후총회 중 가장 높은 비율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10개국 대표단 전체 규모보다 66%나 많은 수치입니다. 같은 장소에서는 약 5만 명의 시민들이 아마존 파괴 중단과 적극적 기후 대응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 '킥빅폴루터스아웃'은 2021년부터 기후총회 명단을 분석해 왔는데, 올해는 국제상공회의소와 엑손모빌, BP, 토탈에너지 등 주요 화석연료 기업 소속 인원들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에콰도르 '생태행동'의 이본 야네즈는 "기후총회가 석유 기업들의 이미지 개선과 환경 범죄를 위한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아마존을 외치는 5만 명의 목소리
COP30에 맞춰 열린 민중정상회의 행진에는 후니쿠인족 원주민을 선두로 전 세계에서 모인 시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거리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진지하게 아마존 산림 벌채와 광물 채굴로 인한 삶의 파괴를 호소했는데요. 특히 아마존 원주민들은 정부와 개발업자들에게 즉각적인 파괴 중단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시위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2021년 영국 글래스고 COP26 이후 4년 만의 대규모 집회이기 때문입니다. 이전 COP 개최국인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집회 자유가 제한됐지만, 브라질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이 제공되면서 이 같은 대규모 시위가 가능해졌습니다.
협상 테이블의 첨예한 대립
현재 COP30 협상장에서는 '아랍에미리트 정의로운 전환 작업 프로그램' 초안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초안에는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세 가지 선택지가 제시되어 있는데,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전환을 명시한 안부터 에너지 전환 자체를 배제하는 안까지 포함되어 국가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합니다.
기후재원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COP29에서 2035년까지 연간 1조3천억 달러의 기후재정 조성에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개발도상국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선진국 정부가 연간 3천억 달러를 주도적으로 마련하기로 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어 협상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시스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
민중정상회의 참가자들은 기후총회가 탄소 시장 촉진에만 집중하고 진정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의 석탄발전 노동자와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노동단체도 행진에 참여해 석탄발전소 폐쇄로 인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했는데요.
시위자들은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COP30에 연방정부 차원의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후 총회가 공식 협상 테이블과 시민 사회의 목소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
COP30은 11월 21일까지 진행되며, 기후 재원 조성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이 주요 의제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장에서는 시간끌기 식 지연 전술이 관찰되고 있어 의장국이 각국 외교관들에게 협상 속도를 높일 것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화석연료 로비스트의 증가와 대규모 시위의 동시 발생은 기후 총회가 직면한 모순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협상에서 진정한 기후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실질적 합의가 도출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