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스위치, 누가 쥐었나
우크라이나군이 쓰던 군사용 위성통신 '스타실드'의 속도가 제한되면서 공격·요격 드론이 사실상 무력화됐습니다. 스타링크 인프라를 군사용으로 바꾼 체계인데, 단말기 이동 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연결이 끊기도록 설계돼 있죠. 문제는 그 한계가 갑자기 시속 130km 아래로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드론 제어와 표적 식별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우크라이나 7대 신속대응군단은 일부 임무를 취소해야 했습니다. 전장의 생명줄이 설정 변경 한 번으로 꺼진 셈입니다.
서로를 가리키는 손가락
공방은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불붙었습니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와 논의한 뒤 속도 제한을 지시했다는 내용이었죠. 머스크는 곧바로 엑스에 "속도와 사용 제한은 미군이 결정하고 최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적었습니다. 스타실드는 미국 정부 소유라는 논리였습니다.
반대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인도 방문 중 "행정부 누구도 제한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우리가 지시한 적 없다"며 서비스 약관에 따른 상업적 결정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한 일이 아니고, 일론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 기업과 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구도가 굳어진 겁니다. 다만 로이터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최종 결정이 백악관에서 내려졌다고 전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두 서비스 모두 장애를 겪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동맹의 계산이 바뀐다
파장은 영국으로 번졌습니다. 영국 총리실은 록히드 마틴과 추진 중인 26억 달러 규모 차세대 군사통신위성 '스카이넷' 계약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통제권을 쥔 체계에 예산을 쏟았다가 외교적 갈등 국면에서 회선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대안으로 에어버스 체계 전환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12월 마이애미 G20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한 사실도 겹칩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참석 의사를 밝혔고, 루비오 장관은 확답은 없다고 했습니다. 민간 기업의 스위치 하나가 동맹의 안보 계산까지 흔든 셈인데, 재발 방지 약속이 나올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