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반도체 투자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가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광주 첨단3지구는 앰코테크놀로지의 1조 원대 증설과 삼성전자의 최첨단 패키징 공장 유치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와 함께 SK그룹과 오픈AI의 서남권 데이터센터도 전남 장성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비수도권 반도체 생태계가 후공정 중심으로 급부상하면서, 지방 분산은 이제 선택이 아닌 국가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행정통합 성패가 갈라놓은 투자 지형
투자의 향방은 인프라와 정치적 상황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결정되고 있습니다. 충청권은 대청댐과 서해안 용수, 태안과 당진의 풍부한 에너지를 보유해 반도체 입지로서 경쟁력이 충분한데요. 하지만 행정통합에 성공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비해 대전과 충남은 통합 실패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른바 '스노볼' 효과로, 행정통합의 성패가 막대한 경제적 인센티브와 직결되는 셈입니다. 기업들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위해 소캠2 사양을 조정하는 등 기술 경쟁에 집중해야 하는데, 정치권의 호남 지역 투자 요구와 인프라 현실 사이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TK는 위기가 아닌 기회로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반도체 TK 패싱론'이 불거지자 이철우 경북지사가 직접 나서 기우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는 호남의 후공정 투자가 늘어날수록 구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요가 함께 커진다고 분석했는데요. 구미에는 SK실트론, LG이노텍, 원익QnC 등 글로벌 앵커기업과 370여 개 소부장 기업이 밀집해 있고, 2023년 이후 4조 3천억 원의 민간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경북의 전력 자립도는 228%로 전국 1위입니다. 경북은 구미를 배후 공급망 거점으로 삼아 호남과 상생하며, AI·시스템반도체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경북투자청을 신설하고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등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반도체 지방 분산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각 지역이 전공정과 후공정, 소부장이라는 역할을 분담하며 상생 구도를 만들어간다면, 국가 균형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업들이 글로벌 표준과 인프라 현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지자체 간 경쟁은 장기 레이스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