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핵심 성과와 남은 과제
한국과 미국은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을 타결짓고 통상·안보 팩트시트를 발표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11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되는 자동차 관세 인하입니다. 25%에서 15%로 낮아지면서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입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아 수출 여건이 개선되었죠. 하지만 이번 협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다음 달 열리는 한미 FTA 위원회에서 비관세 장벽 해소 방안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쌀과 쇠고기 등 민감 품목의 추가 개방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농업계에서는 GMO 심사 간소화와 US 데스크 설치 등 제도 개선이 실질적인 시장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농산물 검역과 디지털 규제 쟁점
미국은 농산물 검역 절차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산 감자, 사과, 서양배 등의 수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US 데스크 신설은 미국의 검역 관련 요구를 전담 처리하기 위한 조치인데, 정부는 검역 기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역 절차가 효율화되면서 미국 농산물의 국내 시장 진입이 용이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더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한미 양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금지' 원칙에 합의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추진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부과하려던 망 사용료 징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는 국내 빅테크 규제 정책이 미국의 통상 압력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안보 협력과 경제적 부담
이번 협상에서는 안보 분야에서도 중요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원자력잠수함 건조 협력과 민간 우라늄 농축 지지 등이 포함되었죠.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이 중국 견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에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따릅니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으며,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도 합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투자 분야에서 한국은 연간 최대 200억 달러를 달러로 투자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되었습니다. 투자 불이행 시 미국이 '벌칙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측은 투자 대상 선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협의권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통상 환경 전망
정부는 이미 통상추진위원회를 통해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비관세 분야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 통상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2월 예정된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는 자동차, 농산물, 디지털,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힘의 논리에 기반한 거래적 합의의 특징을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일본과 유사한 협상 결과를 보였으며, 미국의 통상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한국은 공급망 다변화와 CPTPP 가입 등을 통해 변화하는 통상 질서에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합의 이행 과정에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한미 FTA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