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최저점 찍은 원·달러 환율
원·달러 환율이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새로 썼습니다. 지난 7일 장중에는 1,414.50원까지 밀리며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는데요. 한 달여 만에 144원 넘게 급락한 셈입니다. 하지만 1,420원선 아래로 내려가자마자 저가 매수세가 몰리면서 다시 1,420원대로 회복했습니다. 시장은 이제 1,420원선을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하락은 특정 수출기업의 대규모 네고 물량과 역외 기관의 숏플레이가 겹친 결과입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으로 조달한 달러를 지속적으로 환전하면서 달러 매도세가 꾸준했는데요. 덕분에 환율은 6주 연속 하락하며 최근 5년간 이어진 상승 추세의 하단까지 이탈했습니다. 이제 시장에서는 고환율 기대감이 꺾이고 추세 전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상방과 하방이 맞서는 변수들
물론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물가지표에 따라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가 살아났기 때문입니다. CME 페드워치는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54.5%로 반영했고, 미국 노동시장도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금지 방안을 검토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82달러 선까지 오르고 미 국채 금리도 상승했는데요. 이런 대외 불확실성은 원화에 상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원화를 뒷받침하는 수급 환경도 여전합니다.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반도체 기업들의 환전 수요가 꾸준한 상황입니다. 시장에서는 1,410원 부근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 지점에 이르면 저가 매수와 수입업체 결제 수요가 유입되면서 하락폭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환율 하단을 1,41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추세 전환은 아직 열어둬야 할 때
엔화 움직임도 변수입니다. 달러·엔 환율이 158엔대를 웃돌며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 역시 원화 강세를 제한하는 요소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일본 정부의 대규모 개입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나 연준의 긴축 완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 한 엔화의 추세적 강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달러·원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는 달러 공급 물량과 엔화 강세 추세 여부에 달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환율 하락이 5년 만의 장기 상승 추세를 깼다는 점에서 시장의 심리적 변화가 뚜렷합니다. 다만 워시 의장의 한 마디에도 추세가 뒤바뀌지 않을 정도로, 현재 시장은 상방과 하방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태입니다. 당분간 1,410원에서 1,430원 사이의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