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가 이끄는 양극화 시장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내년(2027년) 처음으로 2조 달러 규모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다만 전체 성장률은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성장 동력이 AI 반도체에만 집중되면서 업계 내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AI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일반 메모리나 시스템 반도체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AI 수혜 여부에 따라 기업 간 실적이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공급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
AI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시장의 힘 관계도 바뀌었습니다. HBM과 고용량 서버 D램, 기업용 SSD 등이 데이터센터 구축의 핵심이 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급 부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을 감안해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수년 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장기공급계약(LTA)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5년 기준 LTA로 5대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과 계약을 마쳤고, 5개 대형 고객과도 협상을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 개사와 협상을 완료했습니다. 이처럼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메모리 업체들은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리 당겨진 클러스터와 커진 주주환원
안정적인 수요 확보를 뒷받침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설비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크게 앞당겼는데요. 삼성전자는 기존 2047년에서 2040년으로, SK하이닉스는 2045년에서 2033년으로 각각 조정했습니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수백조 원을 투입해 AI 생태계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물론 이러한 공격적 투자는 막대한 자금 수요를 동반합니다. 다만 LTA를 통해 확보된 현금 흐름 덕분에 부담은 상당히 줄어든 상태입니다. 실제로 양사는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도 한층 확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사들의 주주친화적 기조에 맞춰 주주 가치를 높이고 주가 방어에도 나서는 모습입니다.
시장은 AI 반도체 중심의 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전체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AI 수요를 확실하게 확보한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