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도 위험한 폭염의 덫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최근 2명이 추가돼 총 28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최근 사망자는 인천의 30대 남성과 강원도의 80대 여성으로, 각각 길가와 논밭에서 온열질환을 겪다가 숨졌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야외에서만 위험하다고 여기기 쉬운데, 실제로는 집 안에서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분석 결과 전체 온열질환자의 25.6%가 실내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집에서 발생한 비율이 9.4%로 가장 높았습니다. 폭염이 한창인 요즘, 집이 안전지대라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온열질환 피해는 고령층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80세 이상 환자 중 집에서 발생한 비율은 전체 평균의 약 3배에 달했는데요. 고령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증상을 늦게 인지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기 쉽습니다. 게다가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냉방기구를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워 실내 온도가 위험 수준까지 올라가도 대처가 늦어집니다.
경제적 여건도 큰 변수입니다. 노후 주택이나 반지하, 옥탑방은 단열 상태가 열악해 낮 열기가 밤까지 이어지고, 전기료 부담으로 에어컨 가동을 망설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쪽방 주민의 경우 수입 대부분을 주거비로 쓰는 실정이라 냉방비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는 독거노인, 야외 근로자, 쪽방 주민 등 2만 3천여 명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집중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무더위쉼터와 기후동행쉼터 등 9,800여 곳의 시설을 운영 중입니다.
폭염 속 건강관리, 임의 대응은 오히려 독이 된다
폭염은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자들에게도 위협이 됩니다. 탈수로 혈압이 낮게 측정될 수 있지만, 혈압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끊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전문의들은 충분한 수분을 보충한 뒤에도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땀을 흘렸으니 소금을 보충해야 한다는 생각도 조심해야 합니다. 땀 속 염분 농도는 혈액보다 낮아서 땀을 흘릴수록 오히려 혈액 속 염분은 농축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폭염기에는 염분이 많은 음식보다 물을 자주 마시고, 이뇨제나 특정 당뇨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수분 손실에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서울의 폭염중대경보는 주의보로 하향됐지만, 8일 하루에만 서울에서 2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며 일주일째 두 자릿수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염이 한풀 꺾인 듯해도 인명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개인의 올바른 건강관리가 동시에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