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못 읽는 공공기관 누리집
공공기관 누리집 곳곳에 외국어와 한자가 버젓이 남아 있습니다. 경기도와 산하 기관, 관세청 등 73곳을 조사한 결과 71곳, 97%가 한글 없이 영어 약어나 한자를 쓴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기록된 사례만 1,696건입니다.
가장 잦은 표현은 'ESG 경영'으로 225회였고, Q&A, SNS, FAQ 같은 약어도 메뉴마다 눈에 띕니다. 'HOME', 'GUIDE'처럼 이미 순화어가 권고된 항목도 영어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정책을 알리려 만든 창구가 오히려 국민을 가로막는 셈입니다. 경기도민 7,975명 설문에서도 80% 이상이 외래어를 바꿔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들만의 언어가 된 행정용어
외래어 문제는 메뉴에 그치지 않습니다. 조사 대상 34곳(47%)은 '코워킹스페이스', '푸드테크', '규제샌드박스' 같은 외래어를 본문에 145회 썼습니다. 국립국어원이 대체어를 권고한 표현인데도 현장에서는 그대로 통용됩니다.
한자어도 만만치 않습니다. 40곳(55%)이 '관급자재', '영조물'처럼 일상에서 쓰지 않는 한자어를 722회 활용했습니다. 맞춤법과 표기법은 비교적 잘 지켜지지만, 정작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지는 다른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은 '니즈'를 '수요'로, '데모데이'를 '시연회'로 바꾸는 등 필수 개선 행정용어 100개를 정리해 보급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쉬운 우리말 대체어 보급 목표를 2021년 285개에서 2023년 350개로 늘렸고,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 지원도 2만 3천건에서 3만건으로 확대했습니다. 국어기본법 제14조는 알기 쉬운 용어로 문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650개 기관을 평가·지원하는 '온용어' 플랫폼도 운영 중입니다.
김정인 충남대 교수는 공공문서의 독자가 국민이라는 점을 작성자부터 인식하고, 배포 전 눈높이 점검 절차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제도는 갖춰졌지만 현장의 언어 감각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