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되돌아온 '큰 그림'
정부가 공공기관 524곳 중 109곳을 통폐합하는 대규모 기능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2026년 9월 3일에 나온 이번 방안은 단순히 기관 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인프라의 경쟁력을 재편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분할됐던 발전 5사를 25년 만에 다시 통합하는 방안입니다. 한전에서 떨어져나가 경쟁하라고 쪼갰던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이 가칭 '한국발전'으로 하나로 묶이는 겁니다.
이번 통합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해상풍력이나 수소 사업처럼 초기 투자비가 막대하고 회수 기간이 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서죠. 개별 발전사가 따로 나서기엔 버거운 대규모 사업도 통합 법인은 자금 조달과 투자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원료를 통합 구매하면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통합 뒤에 숨은 숙제들
하지만 통합이 곧 효율화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축산환경관리원을 통합해 (가칭)한국축산진흥공사를 출범시키는 방안도 마찬가지인데요. 정부는 데이터 연계와 행정 효율성을 높여 농가 편의를 증진하고자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문성 훼손 우려가 컸습니다.
사실 조류인플루엔자나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즉각 대응이 필요한 방역 업무와, 장기적인 관리가 필수인 축산환경 분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규모가 작은 축산환경관리원 기능이 긴급 현안에 밀려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1,269명에 달하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직군과 급여, 승진 기준을 맞추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도 우려됩니다. 통합의 성패는 단순한 기관 수 감소가 아니라, 질병 대응 속도와 전문성 유지 같은 실질적 서비스 개선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발전 5사 통합 역시 과제가 산적합니다. 노동계는 고용 보장과 임금 및 처우 기준의 상향평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경남 진주와 부산, 울산, 충남 태안과 보령, 호남권 등 여러 지역이 본사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지역 간 경쟁도 예상됩니다. 게다가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통합 발전사가 민간 발전사의 진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죠.
쪼개기와 옮기기도 함께 진행 중
물론 이번 개편이 통합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택지·주택 개발 부문과 주거복지 부문을 쪼개 별도 회사로 분리하기로 했습니다. 공급 속도를 높이고 운영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거대 부채와 함께 분할된 기관들이 어떻게 운영될지도 주목됩니다.
한편 부산, 인천, 울산, 전남 여수·광양의 항만공사 4곳은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되어 지역 항만 간 연계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세종시 이전이 내년 상반기부터 추진되고,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 350여 곳에 대한 2차 지방 이전 계획도 연말까지 마련됩니다.
이번 개혁은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능이 유사한 기관들을 모아 지역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인데요. 성공 여부는 결국 조직을 재편한 뒤 국민과 산업 현장에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얼마나 개선되느냐로 평가받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