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순식간에 폐허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이 50년 만에 최악의 참사를 남기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6월 8일 아침에 시작된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쇄도하고 산사태가 덮치면서 사망자가 40명 안팎으로 집계되었고 부상자도 450명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인구 70만여 명의 제너럴산토스시에서는 쇼핑센터와 패스트푸드점, 학교 건물이 붕괴하는 등 도심 전역이 아수라장이 되었는데요. 이재민 규모도 2만 명에 달해 주민들은 물과 전기가 끊긴 채 임시 대피소에서 두 번째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사실 이번 지진은 진원이 얕고 인구 밀집 지역과 가까웠다 보니 피해가 더욱 커졌습니다. 진원 깊이가 10~33km 수준으로 비교적 얕았던 탓에 지반 흔들림이 강하게 전달되면서 도시 곳곳이 폐허로 변했습니다. 현재까지 가옥 2,400채와 정부 시설 117개, 교량 약 20개가 파괴되었으며 수천 개 학교가 안전 진단을 위해 수업을 중단했습니다. 개학 첫날 초등학교 국기 게양식 중에 강진이 덮쳐 학생과 교사들이 큰 공포에 떨기도 했습니다.
멈추지 않는 여진과 구조의 어려움
강진 이후에도 공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규모 6.7에 달하는 강한 여진을 포함해 총 1,10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졌고,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는 앞으로 한 달간 지진 활동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당연히 건물 추가 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실종자 수색과 구조 작업에 큰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특히 도로와 교량이 무너져 일부 산간 지역은 헬리콥터로만 접근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해안가에서는 최고 1.4m의 쓰나미가 관측되었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일본 남부까지 영향을 받았습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최고위급 재난 대응 책임자를 현지에 파견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지원 준비를 마쳤고 프랑스와 일본, 뉴질랜드 역시 구호 의사를 밝혔는데요. 하지만 계속되는 여진과 정전, 통신 두절이 겹치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과 구호 물자 배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불의 고리'가 던지는 경고
필리핀이 겪는 이번 참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지진대인 환태평양 '불의 고리'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드러낸 사건입니다. 전 세계 지진의 90%와 활화산의 75%가 이 지대에서 발생하며 필리핀은 그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진 역시 이러한 지질학적 특성에서 비롯된 자연재해로 분석됩니다. 1976년 민다나오섬을 덮쳐 최대 8,000명의 희생자를 낸 규모 8.1 지진 이후 50년 만에 최악의 피해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번 사태는 한반도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깁니다. 2023년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한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인도네시아와 일본 등 주변국에서도 강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비극은 지진 대비와 재난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우리에게도 던지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이번 지진으로 우리 국민의 인명 피해는 없지만 일부 재산 피해가 있다고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