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카운트다운
올해 5월 9일이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공식적으로 종료됩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번 조치로,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의 추가 세율이 붙게 되는데요. 지방세까지 합치면 최고 82.5%에 달하는 고세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부동산 시장 전체가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주택 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금리라는 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이 정책이 시장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일종의 유예기간도 마련했습니다. 5월 9일까지 매매 계약을 완료한 경우, 지역에 따라 계약일로부터 4개월에서 6개월 안에 잔금을 완납하거나 등기를 마치면 중과세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기존 조정대상지역은 9월 9일까지, 지난해 10월 15일 대책으로 새롭게 규제지역에 포함된 곳은 11월 9일까지 시간이 주어지죠. 이는 매도자에게 숨통을 트여주는 동시에, 시장에 물량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하기 위한 배려로 풀이됩니다.
쏟아지는 매물과 멈춰선 매수자
이러한 규제 강화 기조는 이미 시장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보다 21.9%나 증가해 약 6만 8천 건에 달했습니다. 성동구, 송파구 등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 매물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매물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겁니다. 압구정동 등 일부 고가 지역에서는 수십억 원이 저렴해진 매물도 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죠.
하지만 매물이 쏟아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매수자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2월 주택가격 전망지수는 전월보다 16포인트나 하락했는데요. 경기도는 18포인트 하락으로 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메시지와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게 꺾인 것입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평균액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은 '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살 사람은 관망 중'이라는 일종의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모습입니다.
고액 자산가의 선택과 불확실한 미래
이러한 혼란 속에서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씩 다릅니다. 일부 은행의 프라이빗 뱅커(PB)들은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자금 여유가 풍부한 고액 자산가들에게 양도세 중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전문위원은 "5월 9일 이후에는 되려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세금 부담을 감수하며 매도하기보다는 보유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죠.
또 다른 선택지는 증여입니다. 조소영 하나은행 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와 증여세 부담이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많은 고액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부동산을 물려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시장에 매물로 내놓기보다는 가족 내에서 재산을 이전하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정부가 의도한 매물 대량 출회 효과가 일부 계층에서는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모든 시선은 이제 정부의 다음 수를 향해 있습니다. 양도세 규제만으로는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이 다음 유력한 규제 카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종부세 최고세율이 6%까지 오른 전례가 있기 때문이죠. 5월 9일이라는 마감선을 전후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 그리고 정부가 어떤 추가 카드를 꺼낼지가 향후 시장 안정의 가장 큰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