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권고마저 거부한 쿠팡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에게 1인당 10만 원을 배상하라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최종 거부했습니다. 지난해 해킹으로 3,387만 명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는 물론 공동현관 비밀번호와 주문내역까지 유출된 사건인데요. 위원회는 지난 7월 쿠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현금 또는 쿠팡캐시로 10만 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쿠팡은 지난 11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전달했습니다.
이번 조정은 소비자 50명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고,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기업의 배상 책임이 공식 인정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쿠팡의 근거와 계산법
쿠팡이 내세운 이유는 이미 충분히 보상했다는 겁니다. 3,370만 명에게 1인당 5만 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하며 약 1조 6,850억 원 규모의 자발적 보상을 이행했고, 현재까지 확인된 2차 피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같은 보상이 적용돼 배상 규모가 3조 7,000억 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사회단체의 시각은 다릅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135개 단체로 구성된 '안전한 쿠팡만들기 공동행동'은 쿠팡의 태도를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이 지급된 5만 원 구매이용권을 꼼수 쿠폰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분명한데요. 실제 쿠팡에서 쓸 수 있는 금액은 5,000원뿐이고 나머지 4만 5,000원은 신규 서비스 홍보용 마케팅에 가깝다는 겁니다.
집단소송법 도입 촉구로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서 분쟁은 법정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신청인단은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소송지원 제도를 통해 공동소송을 진행해 쿠팡의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철우 변호사와 공동행동은 개별 소송만으로는 3,370만 명의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옵트아웃 방식의 집단소송법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처럼 대규모 손해배상이 가능한 법적 장치가 있어야 기업이 책임 있는 보상에 나선다는 논리입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집단소송제가 남용될 경우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결국 이번 사안은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지, 그 방식을 법으로 어떻게 정할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