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기지 사용 거부
미국이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유럽 동맹국들에게 작전 지원을 요청했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연이어 단호하게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스페인은 먼저 이란과의 전쟁에 관여하는 미군 항공기의 영공 통과와 국내 미군 기지 사용을 전면 불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이 조치가 **“근본적으로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라고 규정한 미국의 이란 공습에 대한 원칙적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탈리아도 시칠리아에 있는 시고넬라 공군기지에 중동으로 향하는 미군 폭격기의 착륙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스페인의 뒤를 이었습니다.
유럽의 우려와 계산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배경에는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압도적인 반전 여론입니다. 영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13%에 불과했고, 포르투갈에서는 미국의 군사 기지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대정부 공개서한에 8,500명 이상이 서명하는 등 민심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경제적 부담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는 이란 드론을 격추하는 데만 한 달 새 수백억 원을 지출했고, 키프로스 방어를 위해 항공모함을 추가 배치하는 등 실익 없는 전쟁에 자원이 소모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합니다. 결국 유럽 각국 정부는 국내 정치와 예산 문제를 무시한 채 미국의 군사 작전에 협력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나토 미래에 대한 의문
미국은 이러한 유럽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스페인의 협력 거부를 두고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하며, **“미국이 유럽을 방어해줄 때는 좋다 하면서 정작 미국이 필요로 할 때 권리를 거부당한다면 나토에 계속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나토 동맹 관계 자체를 재검토하겠다는 강력한 압박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나토의 역할을 비판하며 탈퇴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어 그 위협이 공허한 말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현재 스페인의 거부로 미군 폭격기들은 이베리아 반도를 우회하는 더 먼 항로를 이용해야 하는 등 실질적 불편이 발생하고 있어, 당장의 작전 수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향후 미국의 추가 요청에 다른 유럽 국가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이 갈등이 80년 역사의 나토 체제에 어떤 균열을 낳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