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화형'이 부른 역풍
경기도지사 추미애가 소방 재정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치적으로 화형당하더라도'라는 표현을 꺼냈습니다. 23일 인터뷰에서 나온 말인데요. 앞서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재정 빨대'에 비유해 사과했지만, 문제 제기는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정치권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애꿎은 소방만 도발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추 지사가 경기도 재정난을 부각해 '추다르크' 이미지를 만들려 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2020년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당시 추 지사가 국무위원으로서 국가가 인건비를 떠안도록 설득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논쟁은 소방 재정 구조로 번졌습니다.
국가직인데 지방이 부담
2020년 4월 소방공무원은 국가직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화재 진압과 구조와 구급 업무는 여전히 지방자치법상 시도 사무로 남아 있습니다. 인건비와 장비, 운영 비용도 대부분 지방재정이 감당합니다. 올해 전국 소방예산 8조5967억원 가운데 국비는 10.7%인 9238억원이고, 지방비가 89.3%를 차지합니다. 소방공무원 인건비 6조5129억원 중 국비도 8.4%인 5496억원뿐입니다.
경기도 소방 인건비 1조1973억원 중 국가 지원은 7.7% 수준입니다. 국가직 전환의 취지와 실제 재정 부담이 어긋난 채 6년 넘게 이어진 셈입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방이 기본적으로 지방 사무라며 국가 책임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민주당은 추 지사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전액 국비, 재원이 관건
민주당은 소방 인건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소방재정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소방청 소관 법률 조항의 78.9%가 국가 사무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습니다. 대형 재난 대응이 늘수록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전액 국비로 돌리려면 매년 약 6조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합니다. 소방안전교부세가 담배세 수입 감소로 줄면서 내년 국비 지원액도 1610억원 감소할 전망입니다. 시도가 줄어든 부담만큼 소방 장비와 시설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장치도 과제로 남습니다.
논란의 와중에 추 지사는 순직 소방관 추모식에 참석해 처우와 예우를 바꾸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추모식 예산은 1억원에서 750만원으로 줄어 행사 규모가 크게 축소됐습니다. 소방 재정 논쟁은 이제 말의 무게만큼 제도 설계의 책임을 묻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