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흔든 한 주
뉴욕증시가 반도체주 급락에 밀리며 나스닥지수가 넉 달 만에 가장 부진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크게 흔들리면서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가 지수 전반으로 번진 겁니다. 그런데 주말 사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는데요.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반등하면서 나스닥 선물은 0.7% 오름세를 나타냈고, 반도체지수의 급락세도 진정되는 흐름이 포착됐습니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건 실적이나 수급보다 금리 쪽 변수입니다. 반도체처럼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업종은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주가가 크게 출렁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번 조정은 물가 지표가 연달아 예상을 웃돈 직후에 나왔습니다.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든 사흘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7% 올랐습니다. 시장 예상치 3.6%를 살짝 넘긴 수준인데요. 다음 날 나온 생산자물가지수는 연율 6.3%로 2022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고, 9월 수입물가도 전월 대비 1.1% 올라 예상치 0.8%를 웃돌았습니다.
사흘 연속 지표가 예상을 상회했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은 곧바로 통화정책 기대를 바꿔놓았습니다.
금값이 말해주는 것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서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90%까지 치솟았습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인 금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주 국제 금값은 0.6% 하락했고, 월간 기준으로는 2% 넘게 빠졌습니다. 금과 은은 이달 초에만 4000억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사라졌고, 은값은 연중 최저치로 내려앉았습니다.
전망은 엇갈립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 현물 가격이 연말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봤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연준이 긴축을 늦추면 금값이 단계적으로 더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대로 피터 쉬프는 물가 지표가 줄줄이 치솟았는데도 시장이 연준의 승리를 가정하고 금을 팔았다며, 고물가가 진정되지 않으면 금이 다시 매수세를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관건은 연준이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어떤 신호를 언제 내놓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