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에서 시작된 불길이 겨우 잡혔습니다. 소방 당국이 나흘이 넘는 109시간의 사투 끝에 완전 진화를 선언했는데요.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잠시, 불과 몇 시간 뒤 약 7km 떨어진 같은 인천 내 다른 쿠팡 물류센터에서 또다시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두 번째 화재는 제물포구에 위치한 15물류센터에서 발생했습니다. 고소 작업대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다행히 근무자들이 소화기로 신속히 초기 진압해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대형 화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물류센터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천소방본부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대형 물류센터 16곳을 대상으로 긴급 합동 안전점검에 나섰습니다. 건축 및 전기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적재물 관리 상태와 화재 위험 요인, 초기 대응 체제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입니다.
무너진 외벽과 드러난 구조적 취약성
109시간의 불길이 남긴 흔적은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특히 발화 지점인 32물류센터 6층은 철제 선반이 무너지고 메자닌을 구성하는 철골 구조가 녹아내린 상태였는데요.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에는 건물 외벽 잔해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 담겼고, 이로 인해 주변 도로 통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장 감식을 앞두고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발화 지점인 6층에 진입할 때 7층에서 낙하물이 떨어질 위험이 제기되면서, 전문가들은 건물 내외부의 안전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방 당국은 8개 기관 30여 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꾸려 정밀 감식과 화재 재현 실험을 진행할 방침입니다.
서해구는 현장 지휘권을 이양받고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습니다. 구는 중앙정부에 대형 물류시설의 외벽 개방구 설치 기준 확대와 리튬배터리 및 로봇 등 위험물품 분리 보관 안전기준 강화를 강력히 건의했는데요. 주변 상가와 공장주들의 통제 장기화에 따른 영업 피해 민원도 함께 처리하고 있습니다.
피해 주민 돌보기와 지역사회 온기
화재로 가장 큰 불편을 겪은 건 역시 인근 주민들입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신현초등학교에 긴급 의료 지원 센터를 마련하고 2주간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했습니다. 기침과 호흡곤란 등 호흡기 검진은 물론 스트레스 심리 상담까지 제공되었는데요. 27일부터는 전담 콜센터를 열어 병원비, 약제비, 청소비 등 다양한 피해 접수를 받기로 했습니다.
지역 사회에서는 소방관들을 돕는 따뜻한 손길도 이어졌습니다. 인근 카페 점주는 소방관들이 종이 박스에 누워 쪽잠을 자는 모습을 보고 매장을 개방했고, 나흘간 약 900잔의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회사 주차장을 24시간 개방하고 조명을 밝혀 소방과 경찰의 현장 회의를 지원했습니다.
물류센터 화재는 이제 진화 단계를 넘어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 그리고 지역 회복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다만 잇따른 화재가 보여준 취약점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