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무장한 북한 IT 위장취업...미국 기업 침투 수법 고도화
북한 IT 인력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해 미국 기업과 정부 기관에 위장 취업하는 수법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이른바 '이글 비전'으로 불리는 한 조직은 최근 석 달 동안 미국과 영국 기업 1,000여 곳에 입사 지원서를 내며 최소 9곳의 채용 제안을 받아냈는데요. 이렇게 벌어들인 연간 수익은 최대 8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북한 정권의 무기 개발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면접부터 업무까지 AI가 책임지는 치밀한 위장 전술
이들의 취업 과정은 이제 AI 없이는 설명되지 않을 만큼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챗GPT가 작성하고, 화상 면접에서는 실시간으로 AI의 답변을 받아 쓰거나 얼굴 이미지를 조작해 신원을 숨기기도 합니다. 기업들의 검증이 강화되자 딥페이크와 페이스스왑 기술까지 동원하며 면접관을 속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보안 업체 애니런과 BCA LTD, 노스스캔이 공동으로 설립한 가짜 스타트업 '블루 웨일'에 지원한 북한 연계 인력들은 제미나이로 만든 가짜 신분증을 제출하고, 타인의 사회보장번호를 도용하며 은행 계좌까지 위장 개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원격 근무 환경을 노린 '노트북 농장' 방식도 주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미국 내 조력자가 업무용 노트북을 수령해 농장처럼 관리하면, 북한 인력이 VPN과 원격 접속 프로그램으로 이 기기에 연결해 코딩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인데요. FBI는 이러한 생태계에 연루된 미국인을 포함해 총 39명을 체포하거나 기소했으며, 한 농장에서만 100대가 넘는 노트북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조력자는 연봉 7만 5,000달러를 절반씩 나누어 가지며 회의에 대리 참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외화벌이 넘어선 국가 안보 위협과 대응 과제
문제는 이들의 활동이 단순 외화벌이를 넘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위장 취업자들이 벌어들인 급여의 최대 90%가 북한 정권으로 유입되어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고 밝혔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인력이 민간 기업은 물론 미국 연방정부 기관에까지 침투했다는 정황인데요. 전문가들은 악성코드 공격보다 내부자로서 신뢰를 쌓아 코드 검토나 엔지니어링 결정에 개입하는 방식이 기업의 지식 재산과 민감 정보를 더 위험하게 노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에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11개국이 공동 주의보를 발령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악용된 3,000개 이상의 계정을 동결했고, 재무부는 북한 군수공업부 연계 회사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기업들을 향해서는 원격 근무자 채용 시 철저한 신원 조회와 정기적인 대면 확인, 그리고 북한 위협 행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특정 VPN 차단 등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AI 기술이 북한의 위장취업 수법을 진화시킨 만큼, 기업과 정부의 검증 시스템도 이에 맞설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