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체중 감량은 옛말, 이제는 치료의 질이 관건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를 계기로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이 뚜렷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누가 더 많은 체중을 빼느냐가 유일한 잣대였지만, 이제는 복약 편의성과 동반질환 개선 능력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습니다. 일라이 릴리의 삼중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는 80주 만에 최대 28.3%의 감량 효과를 보였으나, 내약성 문제가 과제로 남았습니다. 반면 베링거인겔하임의 '서보두타이드'는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 질환에 특화된 체성분 개선 효과를 입증하며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이처럼 시장은 '얼마나 빼나'에서 '무엇을 어떻게 고치나'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빅파마의 새로운 도전과 병용 요법의 가능성
로슈가 기존 양강 구도에 변화를 일으킬 후보 물질을 들고 나왔습니다. 지난해 카못 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며 확보한 'CT-388'이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한 것인데요. 이 약물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와 같은 기전인 GLP-1/GIP 이중작용제지만, 정체기 없는 지속적인 감량이 특징입니다. 임상 2상에서 48주간 평균 22.5%의 체중 감량을 기록했고, 2029년경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어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3파전 구도가 현실화될 전망입니다.
한편, 병용 요법이라는 새로운 흐름도 주목할 만합니다. 프로티나의 'PRT-1309'는 GIPR 길항제로,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와 병용 시 체중 감소율이 -16.8%에서 -26.8%까지 증폭되었습니다. 또한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 투여 중단 후 요요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도 확인되어, 장기 유지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국내 기업은 편의성과 복합 기전으로 승부한다
국내 기업들은 투약 횟수를 줄이거나 새로운 기전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경동제약과 아울바이오가 공동 개발한 'AUL009'는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장기지속형 제형입니다. 단 1회 투여로 30일 이상 혈중 약물 농도가 유지되며, 27게이지 초미세 바늘로 주사할 수 있어 환자의 부담을 크게 낮췄습니다. 이 밖에도 지투지바이오와 인벤티지랩은 월 1회 피하주사 제형의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고, 대원제약과 팜어스바이오사이언스는 췌장과 간 기능을 동시에 개선하는 사중작용제를 개발하며 글로벌 빅파마와의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습니다. 단순한 다이어트 약을 넘어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더 효과적이고 편리한 치료를 위한 각 제약사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