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고속열차 참사, 관제 실수와 노후 인프라가 만든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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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 수정 · 2026년 10월 29일 오후 7:04

발행: 2026년 10월 29일 오후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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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톨레도주에서 고속열차 두 대가 충돌해 68명이 숨지고 180명 넘게 다쳤습니다. 노후 안전시스템 고장 뒤 관제센터가 정차 열차를 확인하지 않고 운행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고, 신규 노선에 치중한 유지보수 투자와 총선을 앞둔 정치적 파장도 함께 부각되고 있습니다.

관제센터의 판단, 68명의 목숨을 앗아가

스페인 톨레도주 우르다에서 지난 10월 28일 고속열차 두 대가 충돌해 최소 68명이 숨지고 180명 넘게 다쳤습니다. 마드리드 남쪽 120킬로미터 지점에서 벌어진 참사입니다. 렌페와 이리오 열차가 선로를 벗어나면서 객차가 파손됐고, 우리 국민 11명 가운데 2명도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고의 출발점은 안전시스템 고장이었습니다. 오전 8시 30분께 LZB 시스템 문제로 여러 열차가 멈춰 섰고, 관제센터는 다른 방식으로 전환해 운행을 재개했습니다. 문제는 정차 중인 이리오 열차를 확인하지 않은 채 렌페 열차에 정상 운행을 지시한 겁니다. 교통장관은 이 같은 관제 실수를 두고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정부는 29일부터 31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습니다.

4천 킬로미터 고속철도 뒤에 남은 숙제

스페인은 고속철도망 4천 킬로미터를 갖춘 유럽 최대 철도 강국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규모 못지않게 유지보수 투자가 뒤처졌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고속철도에 연평균 15억 유로가 투입됐지만, 대부분 신규 노선 건설에 쓰였습니다. 기존 인프라 보수 비중은 16%에 그쳐 프랑스와 독일의 30~40%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현장의 경고도 있었습니다. LZB는 1992년 개통 때부터 쓰인 노후 시스템으로, 2021년부터 차세대 ERTMS로 교체가 추진됐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무원노조는 과도한 업무 부담과 낡은 장비를 지적하며 교통장관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철도 강국의 이름값과 달리 안전망은 오랫동안 뒷전으로 밀려 있었던 셈입니다.

총선 앞둔 정치권, 안전 개편 요구 커져

참사는 정치권에도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외신은 다가오는 조기 총선을 앞두고 페드로 산체스 총리에게 악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산체스 총리는 진상을 밝히고 과실이 확인되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야권과 노동계는 책임 있는 인사 조치와 근본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2013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탈선 사고 이후 13년 만의 대형 참사라는 점에서 더 무겁게 받아들여집니다. 당시에도 노후 인프라 문제가 지적됐던 만큼, 이제는 신규 노선 확장보다 기존 시설의 안전 투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제 시스템과 유지보수 체계를 함께 손보지 않으면 비슷한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