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4명이 숨진 서해안
지난 8월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충남 서해안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태안과 당진을 중심으로 해루질과 갯바위 활동을 하던 50대와 60대 등 총 4명이 변을 당했는데요. 모두 여름철 연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활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입니다.
가장 먼저 15일 오후 9시 47분경, 당진시 석문면 도비도 인근 갯벌에서 해루질을 하던 60대 여성이 물에 빠졌습니다. 이를 목격한 50대 남성이 구조를 시도했으나 둘 다 물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고, 해경이 구조했을 때 이미 두 사람 모두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되살릴 수 없었습니다.
같은 날 새벽 1시 15분경에는 태안군 소원면 통개항 인근에서 야간 해루질을 하던 50대 남성이 일행과 연락이 끊겨 실종되었습니다. 소방과 해경이 수색을 벌였으나 약 10시간 뒤인 오전 11시 20분경에야 인근 갯벌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어 16일 낮 12시 54분경에는 태안군 모항항 인근 갯바위에서 50대 남성이 약 6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또 일어났습니다. 119구조대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짧은 주말 사이 서해안 곳곳에서 목숨을 잃은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물때를 모르면 갯벌이 함정이 됩니다
서해안은 동해안이나 남해안과 달리 조수간만의 차가 매우 크고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밀물이 들어오면 갯벌의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고 수로가 생기는데, 야간에는 이런 지형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서해안 갯벌은 물이 빠르게 들어오는데다 야간에는 방향 감각까지 상실하기 쉬워 자칫하면 탈출이 불가능한 함정이 됩니다.
갯바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파도에 지속적으로 젖어 있어 표면이 극도로 미끄럽고, 파도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안전장비 없이 접근하면 추락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 모항항 사고도 이런 위험한 환경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번 사고들은 충남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인천 옹진군 선재도에서는 실종됐던 60대가 나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경남 창원 앞바다에서도 해루질을 하던 50대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되는 등 전국 연안에서 비슷한 형태의 인명 사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름철 휴가철을 맞아 바다로 향하는 발길이 늘면서 사고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겁니다.
과태료 3배 올리는데도 막기 어려운 무단 출입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해양경찰은 구명조끼 착용과 물때 확인을 비롯한 5대 안전 수칙 준수를 강력히 당부하고 있습니다. 물때 확인, 구명조끼 착용, 2인 이상 동행, 지형지물 파악, 출입 통제구역 준수가 핵심인데요. 특히 구명조끼를 입고 일행과 함께 움직이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해경은 단속 강화를 위해 출입 통제구역에 무단 출입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를 기존 최대 1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루질에 대한 수요가 많고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 단속과 과태료만으로 모든 사고를 막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안전 장비 하나 없이 밤바다에 들어가는 행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입니다.
여름철 서해안의 갯벌과 갯바위는 풍요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하지만, 자연의 위험성을 간과하면 비극으로 돌변하기 쉽습니다. 물때를 미리 확인하고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