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수요 급증 속 텍사스를 노린다
미국 텍사스주 동남부 엔시날 지역에 총 6.4G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전망입니다. 이 사업은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선정되었으며, 총사업비는 약 198억 달러(약 29조 원)에 달합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번 발전소는 바로 이런 수요를 겨냥한 전략적 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월 22일부터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막바지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사업 부지와 천연가스 공급망이 이미 확보된 기존 사업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는 공사 기간과 불확실성을 줄이면서도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계산이 담겨 있습니다. 게다가 발전소 인근에는 최대 5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추진 중이어서, 전력을 장기간 판매할 수요처가 확실하게 확보된 셈입니다.
자금 조달은 SPV로, 국내 기업 수주는 덤
이번 투자는 한미전략투자법에 근거해 집행됩니다.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이 법을 바탕으로 최근 출범한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실무를 총괄하게 되는데요, 프로젝트별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단계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입니다. 연간 최대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도에 따라 캐피탈콜 방식으로 납입되며, 수익으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는 방식입니다.
국내 건설사와 발전설비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국전력기술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플랜트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들의 참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이는 막대한 자금이 해외로 나가는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하면서도, 국내 산업의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반면 이런 대규모 자본 유출이 달러 수요를 증가시키고 원화 약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환율 리스크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색된 한미 관계의 숨통을 틔울까
이번 사업은 단순한 에너지 투자를 넘어 외교적 의미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쿠팡 사태 등으로 경색되었던 한미 관계에서 미국의 불만을 완화하고, 일본보다 늦었던 대미 투자 이행 속도를 만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반도체나 배터리와 달리 에너지 인프라는 기술 유출이나 보조금 갈등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양국의 실익이 맞아떨어지는 분야입니다.
다만 198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의 성패는 결국 수익성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의 가스 가격 변동성이나 정책 환경 변화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정부는 안정적인 수입 확보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전제로 단계적인 투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자본 수출을 넘어 실질적인 국익 증진과 한미 관계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