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결재로 집행된 2억 원대 출장비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재임 시절 배우자와 함께한 해외 출장 비용을 본인이 직접 결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호주와 뉴질랜드, 독일과 에스토니아, 덴마크와 스웨덴 등 세 차례의 부부 동반 출장이 이루어졌는데요. 총 집행된 예산은 각각 6,400만 원, 7,200만 원, 9,050만 원으로 모두 합치면 약 2억 2천만 원에 달합니다. 이 모든 출장 계획서의 최종 결재란에는 노 전 위원장 본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배우자에게 지출된 비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항공권과 숙박비를 합쳐 총 4,129만 원이 사용되었는데, 호주와 뉴질랜드 간 일부 구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편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했습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출장에서 결재권자가 본인의 부부 동반 일정을 스스로 승인했다는 점이 이번 논란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규정상 배우자 동반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는데요
현행 인사혁신처 공무원 여비 규정을 보면 배우자가 공무 수행을 위해 동행하거나 공식적인 부부 동반 행사가 있는 경우에만 여비 지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노 전 위원장 부부가 방문한 호주와 독일 등 현지 선관위에서는 부부 동반 행사를 개최한 적이 없었습니다. 배우자가 참석한 공식 일정은 현지 한국 대사 주최 만찬이 전부였고, 방문국 선관위에서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처럼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배우자의 해외 출장 비용이 세금으로 집행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 전 위원장은 국정조사특위에 출석해 과거부터 그렇게 해왔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관련 비용을 세입 처리해 국고에 반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집행된 예산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선관위 전반으로 수사 확대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선관위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술함을 드러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기관장이 법적 근거 없이 예산을 집행했음에도 몰랐다는 것은 내부 통제가 무너진 것이라며 수사를 통한 조직 개혁을 주장했습니다.
현재 검찰과 경찰 합동수사본부는 노 전 위원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수사는 배우자 출장비뿐 아니라 선관위의 예산 및 인사 운영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데요. 수사 과정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위탁 선거 경비를 예산·결산에 누락하고 집행했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이 추가로 제기되며, 선관위의 재정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