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바꾼 무역 지도
2026년 상반기 한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2% 늘어난 496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순위도 7위에서 5위로 세 계단 올라섰는데요. 인공지능 확산이 쏘아 올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세계 무역의 순위표 자체를 다시 그린 셈입니다.
그동안 5위 자리를 지켜온 일본은 9위로 밀려났습니다. 유럽의 중개무역 거점인 네덜란드의 4위 자리도 위협하는 분위기입니다. 고대역폭메모리와 부품을 공급받는 대만, 멕시코, 싱가포르도 나란히 순위가 올랐습니다. 단일 품목이 한 나라의 수출 경쟁력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의 서열까지 흔든 겁니다.
사상 최대 실적, 그러나
10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616억1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5.4% 급증했습니다. 이 가운데 반도체만 275억 달러로 222.5% 늘었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7%까지 치솟았습니다. 1~9월 기준으로도 41.8%로, 지난해 24.4%에서 크게 뛰었습니다.
문제는 이 호황의 온기가 넓게 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반기 수출 증가분 1614억 달러 가운데 대기업 기여분이 1473억 달러로 91.2%를 차지했습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3.6%, 4.6%에 그쳤습니다. 수출은 사상 최대인데, 그 과실이 대기업에 몰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늘어난 일자리의 정체
고용 지표는 더 또렷합니다.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6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3000명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임금근로자 증가분 11만3000명 가운데 10만3000명, 무려 91%가 비정규직입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8.5%로 2021년 8월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임금 격차도 역대 최대입니다.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405만2000원으로 처음 400만원을 넘어섰지만, 비정규직은 211만2000원에 머물렀습니다. 격차만 194만원으로,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입니다. 증가세를 이끈 건 60세 이상 318만명과 보건·사회복지업 11만2000명입니다. 고령화와 돌봄 수요가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린 구조입니다.
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개별 사건의 수사 지휘 내용을 다루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사법의 독립성을 지키고 정치적 개입 논란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수출 다변화와 일자리 질 개선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는 만큼, 정책의 방향과 속도가 어디에 맞춰질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