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불안에 갇힌 법적 권리
직장인 10명 가운데 8명은 기간제 노동자와 정규직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4%가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특히 임시직 노동자의 84.6%와 50대 응답자의 86.5%가 이런 차별을 체감하고 있어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문제의식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처우 차이를 넘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응답자의 65.6%는 기간제 노동자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봤으며, 노동조합 가입이나 설립이 어렵다는 인식도 64.2%에 달했습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계약 갱신 여부가 사용자에게 달려 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재계약이 걸려 있다 보니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도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공정수당, 실효성에 대한 의문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공정수당'을 도입하려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48.4%는 이 제도로 임금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민간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57.4%로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단순한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고용 형태에 따른 격차를 메우기 어렵다는 현장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기간제 차별은 임금 문제를 넘어 고용 불안과 권력 관계가 얽혀 있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공정수당이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단기 계약 노동자에게 일시적인 지원이 될 수는 있어도, 불안정한 고용 관계 자체를 바꿔 주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메가특구법과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논란
최근 정부가 메가특구특별법을 통해 특정 산업단지 내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이미 고용 불안이 큰 상황에서 사용 기간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노동자의 불안과 고통을 장기화하는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에는 계약 갱신을 빌미로 한 상급자의 폭언이나 갑질, 출산휴가 사용 방해, 초과근무 보상 미지급 등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 기간만 늘어난다면 차별과 인권 침해를 겪으면서도 재계약을 위해 침묵해야 하는 시간이 두 배로 길어지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삼고, 기간제 사용을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