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나토(NATO) 동맹국들을 두 부류로 나눈 평가명단을 작성했습니다. 이른바 ‘착한 동맹’과 ‘나쁜 동맹’을 구분한 이 명단은, 최근 이란과의 군사적 갈등 과정에서 미국의 지원 요청에 소극적으로 응한 국가들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스페인에 대해 나토 회원 자격을 정지시키는 방안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76년 역사의 동맹 체제에 큰 흔들림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동맹 평가 명단과 ‘응징’ 검토
지난 8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백악관 방문을 앞두고 작성된 이 명단은, 회원국별 군사·외교적 기여도를 기준으로 국가들을 등급화했습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선 미국의 군사 작전에서, 스페인과 영국 등은 군사 지원 요청을 거부하거나 결정을 유보한 반면,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등은 기지 사용이나 군수 지원에 협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러한 차별적인 대응이 명단 작성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왔고, 이제 그 불만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내부 이메일에는 스페인의 나토 자격 정지, 영국의 포클랜드섬 영유권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지지 재검토 등의 ‘응징’ 방안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 당국자는 이 조치들이 동맹국들의 ‘특권 의식’을 줄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페인의 반발과 나토의 원칙
당연히 스페인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관련 보도를 일축하며, 스페인이 나토의 믿을 수 있는 회원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국방 예산을 점진적으로 증액하고 나토 활동 참여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설명하며, 미국 측에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나토 창설 조약에 회원국을 제명하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단독으로 스페인의 자격을 정지시키는 것은 제도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하지만 군사 정보 공유 배제, 합동 훈련 축소, 중요 직위에서의 배제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특정 국가에 사실상의 불이익을 줄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이는 나토의 핵심 원칙인 ‘집단 방위’와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은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는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움직임일 수 있습니다.
흔들리는 동맹과 미래의 균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나토 체제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기간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미흡을 ‘안보 무임승차’라고 비판해왔고,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의 ‘응징’ 논의는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읽힙니다.
문제는 이러한 차별적 접근이 나토 내부에 균열을 고착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협조적’ 국가와 ‘비협조적’ 국가로 나뉘는 ‘내부의 다층화’가 진행된다면, 유럽의 집단 안보 체계는 그 효력을 크게 잃을 수밖에 없겠죠. 몇몇 미국 의원들도 동맹을 비하하는 발언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동맹을 통해 얻는 전략적 이익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강경한 카드가 과연 동맹국의 협조를 이끌어낼지, 아니면 역사 깊은 동맹 자체를 위기로 몰아갈지, 향후 전개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