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공급 충격
국제 경유 가격이 석 달 만에 40% 넘게 뛰었습니다. 9월 1일부터 14일까지 평균 배럴당 173.39달러를 기록했는데, 6월 126달러 선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상당합니다. 미국 평균 디젤 가격도 갤런당 6.069달러로 처음 6달러를 넘어섰고, 1년 전보다 6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경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횡단 송유관 중단이 있습니다.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멈춘 이 송유관은 완전 복구까지 6~8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호르무즈해협을 대체하던 수송로까지 흔들리면서 10월 말에서 11월까지 원유 수급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사우디가 후티 반군을 상대로 약 50차례 보복 공습을 단행하고, 후티가 재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 긴장은 더 높아진 상태입니다.
국내 정유업계와 주유소 가격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 확보에 나섰습니다. SK에너지는 400만 배럴, GS칼텍스는 200만 배럴을 매입했는데, 미국산 프리미엄이 배럴당 최대 24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달 13달러의 두 배 수준으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진 겁니다.
반대로 주유소 가격은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17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9월 둘째 주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59.1원을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10월까지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유업계에서는 대체 조달 비용 상승을 이유로 11월 위기설을 제기합니다. 소비자 가격과 공급망 비용 사이의 시차가 커질수록 시장의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는 셈입니다.
겨울철 수급과 산업계 파장
겨울철 난방유와 미국 농업용 디젤 수요가 겹치는 데다, 정유시설 정기보수가 10~11월에 집중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높습니다. 실제로 서유럽이 한국산 디젤 약 9만 톤을 수입하는 이례적인 거래도 발생했습니다. 중동과 러시아의 생산 차질이 계속되면 겨울 내내 글로벌 디젤 공급이 빠듯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유가가 100달러를 다시 넘을 가능성도 산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대한항공과 현대차 같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은 수익성 압박을 받을 수 있고, LG전자와 포스코도 물류비 상승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제 유가와 디젤 가격의 흐름이 국내 물가와 기업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