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장벽이 된 탄소 발자국
유럽연합(EU)이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 일명 ‘탄소국경세(CBAM)’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발효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력 등 6개 품목을 EU로 수출할 때는 이제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해 보고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내년부터는 이 배출량에 따라 EU 수입업자가 인증서를 구매해야 해, 결국 추가 비용이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월 30일부터 다음 달 26일까지 ‘EU CBAM 대응 기업 상담지원’ 참여 기업을 모집합니다. 총 1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00개 사업장을 선정, 탄소 배출량 산정부터 보고, 검증까지 전 과정을 무료로 컨설팅해주는 프로그램인데요. 특히 올해는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한 점이 눈에 띕니다. 제도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기업도 함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거죠.
현장을 찾아가는 맞춤형 해법
이번 지원의 핵심은 ‘밀착’입니다. 한국환경공단 소속 전문가가 직접 기업 현장을 방문해 1대1 맞춤 상담을 진행합니다. 복잡한 배출량 산정 방법을 설명해주고, 검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식이죠. 지난 2년간 160개 업체를 지원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스스로 CBAM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공급망 전체의 투명성입니다. 중소기업이 자사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려면, 공급받은 원자재를 만드는 대기업의 배출 데이터가 필수적입니다. 정부가 대기업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시킨 이유도, 바로 이 공급망 데이터의 정확성을 높여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상담을 신청한 기업에는 사업장별 맞춤 대응 매뉴얼과 교육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커지는 규제와 기업의 선택
CBAM은 앞으로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될 전망입니다. 2028년부터는 현재 6개 품목에서 더 나아가 산업용 기계, 자동차, 가전제품 등 하류 산업 제품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됩니다. 이는 단순히 철강을 수출하는 기업뿐 아니라, 그 철강을 사용해 완제품을 만드는 수많은 기업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기후부의 오일영 기후에너지정책실장은 “EU CBAM 시행으로 인한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장의 비용 부담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번 조치가 국내 산업의 ‘탄소 경쟁력’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글로벌 탄소 중립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조기에 정확한 데이터 관리 체계를 갖추는 기업이 미래 시장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맞춤형 지원이 단순한 행정 절차 도움을 넘어, 기업들이 새로운 국제 규범에 적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하는 발판이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