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초 만에 바다로 사라진 배
부산 오륙도 동쪽 약 9km 해상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9월 2일 오후 1시 29분경, 286톤급 예인선 티엔에스캐처호가 6만 6천 톤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예인하던 중 갑자기 전복된 것인데요.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예인선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지 불과 15초 만에 선미가 가라앉기 시작했고, 약 80초 뒤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배가 침몰하다 보니 승선원 8명 중 6명은 제때 탈출하지 못하고 실종되었고, 1명은 구조된 뒤 끝내 숨졌습니다. 단 1명만이 살아남은 참사입니다.
사고 당시 티엔에스캐처호는 다른 예인선 2척과 함께 기관 고장으로 멈춰선 컨테이너선을 끌고 부산항으로 들어가던 중이었습니다. 해경은 예인선이 오른쪽으로 변침하는 과정에서 홋줄의 반동이나 속력과 타이밍이 맞지 않아 선체 중심을 잃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홋줄 길이가 다른 배보다 짧게 설치된 점도 주요 의심 대상입니다. 다만 컨테이너선과의 충돌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수심 87m에서 막힌 수색과 유족의 눈물
사고 이후 구조 당국은 실종자 6명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건이 녹록지 않습니다. 침몰한 선체는 수심 약 87m 지점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는 해경 일반 업무 범위인 60m를 훌씬 넘는 깊이입니다. 무인잠수정을 투입했으나 수중 시야가 30cm에 불과해 실종자 수색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해경과 군은 함선 24척과 항공기 7대를 동원하고 수색 구역을 가로 66km, 세로 40km로 확대했지만 야간 수색까지 이어지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슬픔 속에서도 날카로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26년 경력의 베테랑 이등항해사는 조타실 유리창을 깨고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한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신고 접수 후 실제 구조까지 약 45분이 걸렸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육지와 멀지 않았고 파도도 높지 않았던 상황에서 구조가 지체된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해경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유족은 CCTV를 보며 안전 관리 소홀이나 과실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잇따르는 예인선 사고, 안전의 사각지대
이번 사고는 예인선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드러낸 사례입니다. 예인선은 동력을 잃은 대형 선박을 끌어야 하는 특수 임무를 수행하므로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예인선 사고는 160척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고, 사고 발생률은 14.81%에 달했습니다. 기관손상과 충돌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예인선 업계의 구조적인 안전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해양선박사고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하며 실종자 수색과 원인 규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족과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함께, 비슷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제도적 보완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