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시간의 진화작전, 그 뒤에 남은 것들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발생 61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혔습니다. 이는 국내 물류센터 화재 중 초진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된 사례인데요. 소방 당국은 5층에 있던 리튬 배터리 물류 로봇 수백 대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사력을 다했고, 다행히 전기차 20대 분량에 달하는 배터리 폭발 위험은 넘길 수 있었습니다. 건물 붕괴 우려가 줄면서 반경 116m 주민 대피령도 해제되었지만, 잔불 정리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번 화재는 쿠팡 물류센터의 안전 관리 체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입니다. 해당 센터는 2023년 8월에도 지하 1층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39억 원 넘는 재산 피해를 입었는데요. 당시에도 대응 1단계가 발령되고 하루가 넘는 진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올해 초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에서는 총 25건의 지적 사항이 나왔고, 특히 이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6층에서는 화재감지기 배관 연결부 이탈 등 3건의 문제가 확인되었습니다. 소방 당국은 이를 매우 경미한 건으로 분류했고 시정 조치가 완료됐다고 보고됐지만, 대형 화재를 막아내는 데는 미흡했던 안전망이 결국 뚫린 겁니다.
주민 불안과 건강 피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대피령은 내려졌다가 해제되었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임시대피소에는 아직도 190명 가까운 주민이 머물고 있으며, 두통과 눈 따가움 등을 호소한 진료 상담이 230건이나 이뤄졌는데요. 2021년 덕평 물류센터 화재 이후 지하수 오염과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던 전례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우려는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지자체는 응급의료소와 대기오염물질 분석 차량을 투입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지만, 실시간 정보 공개와 철저한 오염 조사가 주민 불안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쿠팡과 입점 판매자에게 미칠 경제적 파장
화재로 인한 물리적 피해 외에 쿠팡의 경제적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5년 전 덕평 물류센터 화재 때는 약 3,4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번에도 과징금과 복구 비용이 실적에 부담을 줄 변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입점 판매자들 역시 물류 차질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으며, 이른바 로켓그로스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데요. 물론 BofA는 활성 이용자가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의 시선은 단기적 손실과 장기적 회복력 사이에서 갈리고 있습니다.
소방청은 중앙화재합동조사단을 가동했고 경찰도 35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정확한 발화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혀나갈 계획입니다. 완전 진화와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물류센터 안전 기준과 소방 대응 체계가 한 단계 높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