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이 남긴 두 장면
10월 26일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두 개의 총성으로 기억됩니다. 1909년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고, 1979년 서울 궁정동에서는 유신 체제를 끝낸 10·26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같은 날짜에 새겨진 두 사건은 독립과 민주주의를 향한 결단이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왔는지 보여줍니다. 올해로 하얼빈 의거 117주년을 맞는 가운데,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에서는 뜻밖의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동상 얼굴이 하얀 새똥으로 뒤덮인 채 방치돼 있었던 겁니다. 26일 기념관에는 117주년 행사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동상 주변 정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관광객이 지나치는 상징
남산은 외국인 관광객과 등산객이 꾸준히 찾는 곳입니다. 이들은 항일독립운동의 상징인 동상을 지나며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시민들은 관리 당국의 부주의를 비판했습니다. 역사적 상징물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은 단순한 미관 문제를 넘어 공공의 책임을 묻는 대목입니다. 동상은 2010년 10월 22일 다시 세워졌습니다. 태극기를 든 모습으로 조선신궁이 있던 자리에 자리 잡아 항일운동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관리 주체인 남산 시설관리 당국은 26일 중 빠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념일이 던지는 질문
안중근 의사가 내세운 동양평화론은 오늘날에도 국가 간 공존과 연대를 생각하게 합니다. 10·26 사건이 남긴 민주주의의 열망 역시 제도 안팎에서 시민의 실천을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기념하는 일은 과거를 장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책임을 되묻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시민의 연대와 실천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습니다. 기념일을 앞두고 드러난 동상 관리 논란은 그 출발점이 일상의 세심한 책임에 있음을 조용히 일깨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