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재정 위기 속 약값 개편 논쟁, 의료계 갈등과 제약사의 변신

MC연이
4개의 관련 기사

8달 전 수정 · 2026년 3월 11일 오후 8:18

발행: 2026년 3월 11일 오후 5:47

요약 생성중...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약가 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핵심 쟁점은 성분명 처방 의무화로, 학계는 연간 13조원 이상의 약제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의사협회는 의약분업 훼손을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편 약가 인하 압박에 직면한 제약사들은 뷰티·헬스케어 시장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며 새로운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건보 재정 위기와 약값 구조 개편 압박

건강보험 재정이 붉은 불을 켜면서 약값 체계를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약제비는 연간 약 142만 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데요. 전체 의료비에서 약값이 차지하는 비중도 20.5%로 OECD 평균(14.5%)을 크게 웃돕니다. 문제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약품비 지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이대로라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죠.

이런 위기감 속에서 논의의 초점은 복제약, 즉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 구조와 처방 관행에 맞춰져 있습니다. 국내 제네릭 약값은 원래 약(오리지널) 대비 약 53% 수준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제네릭을 써도 약값 자체가 높다 보니 절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또한 의사가 특정 제약사의 상품명으로 처방하는 관행이 고착화되면서, 약사가 동일 성분의 더 저렴한 약으로 바꿔 조제할 수 있는 ‘대체조제’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대체조제율이 0.79%에 불과한 것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처방권 쟁점과 의료계의 첨예한 대립

개편 논의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성분명 처방’ 의무화입니다. 학계와 일부 노동조합은 이 제도가 약제비 절감의 핵심 열쇠라고 보고 있습니다. 배재대 나영균 교수는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고, 참조가격제와 제네릭 경쟁입찰제를 함께 도입하면 연간 최대 13조 5천억 원의 약품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쉽게 말해, 의사가 ‘아무로디핀’ 같은 성분명으로 처방하면 약사가 시중에 나온 다양한 아무로디핀 제품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의 약을 조제할 수 있어 경쟁이 활성화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이 제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이 2000년 도입된 의약분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김택우 의협 회장은 “동일 성분이라도 제약사별 제조 공정과 부형제 차이로 환자별 임상 반응이 다를 수 있다”며, 특히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나 건강 취약 계층에게는 작은 차이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의협의 입장은 매우 강경해서, 성분명 처방이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의약분업 제도 자체를 백지화하겠다는 경고까지 내놓았습니다. 결국 이 논쟁은 의사와 약사, 누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선택할 최종 권한과 책임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역할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제약사의 대응과 미래 전망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이 거세지자, 당사자인 제약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제네릭 의약품에 의존하는 중견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죠. 눈에 띄는 건 뷰티와 헬스케어 시장으로의 진출입니다.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고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이 분야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안국약품은 뷰티·메디컬 에스테틱 사업 확대를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습니다. 경동제약은 가전업체 한일전기와 손잡고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화장품, 뷰티 디바이스를 결합한 ‘토탈 웰니스 솔루션’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한편, 동국제약은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의 성분 콘셉트를 활용한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로 이미 성공 사례를 만들었는데요, 이 브랜드를 통해 뷰티 부문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약값 인하 압박을 넘어, 제약 산업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약가 체계 개편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의료계 내의 깊은 골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성분명 처방 논란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보다 섬세한 논의와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동시에 제약사들의 사업 변신이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죠. 결국 이 모든 논의의 끝에는 재정 건전성과 산업 생태계 보호,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과 의료 접근성이라는 더 큰 목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