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 비행기에 승객 3명…공정위 규제가 만든 '눕코노미' 현실

vSY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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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1월 21일 오후 11:31

발행: 2025년 11월 21일 오전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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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괌 노선에서 180석 비행기에 승객 3명만 탑승하는 '눕코노미'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괌 관광 수요 감소와 공정위의 항공사 합병 조건으로 인한 공급 유지 의무가 맞물린 결과다. 공정위는 독과점 방지를 위해 2019년 대비 90% 이상 좌석 유지를 10년간 의무화했지만, 오히려 수요 없는 노선 운항으로 항공사 부담과 지방공항 활성화 저해라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승무원보다 적은 승객의 아이러니

180석 규모의 비행기에 승객이 단 3명만 탑승하는 초저조 탑승률이 항공업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부산발 괌행 대한항공 KE2260편에서는 승무원 6명이 단 3명의 승객을 모시는 진풍경이 벌어졌는데요, 이처럼 좌석이 텅 비어 누워서 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눕코노미'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합니다. 부산-괌 노선을 운항하는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평균 탑승률도 10~20% 수준에 그치고 있어 항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과거 인기 휴양지였던 괌의 매력도 하락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해외 인기 관광지 2위를 기록했던 괌은 최근 환율 상승으로 물가 부담이 커지고, 베트남 푸꾸옥과 필리핀 보홀 등 새로운 휴양지에 관광객을 빼앗기면서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저녁 한 끼에 30만 원 이상이 나갈 정도로 물가가 치솟았고, 오랜 시간 동안 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독과점 방지가 낳은 역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5개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에 대해 부산-괌, 부산-세부 등 일부 국제선의 공급석 수를 2019년 대비 90% 이상 10년간 유지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 조치는 합병 이후 항공사들이 노선을 축소하고 운임을 인상하는 독과점 현상을 방지하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수요가 급감한 노선을 무리하게 유지해야 하는 모순을 낳았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기준으로 노선을 유지해야 하는 현행 규제는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괌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2019년 74만 명에서 지난해 37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항공사들은 이렇게 수요가 감소한 노선을 계속 운항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입니다.

지방 공항 활성화의 걸림돌

김해공항의 경우 이 문제가 특히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제선 이용객이 10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미 슬롯(이착륙 시간대)이 포화 상태인데도 비인기 노선을 의무적으로 운항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김해공항에서 공급 유지 의무가 적용되는 노선은 부산-괌, 부산-세부, 부산-베이징, 부산-다낭, 부산-칭다오 등 5개 노선으로, 이들 대부분이 탑승률이 저조한 상황입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지방 공항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김해공항이 인천공항과 달리 규제 대상 노선 비중이 높아 신규 노선 취항이 어려운 구조"라며 "공항과 항공사가 상생할 수 있는 유연한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탑승률 10~20%의 노선을 운항하면서 발생하는 적자는 결국 다른 노선의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소비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규제 개선을 위한 고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획일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지역별 특성과 노선별 수요를 고려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항공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당시 우려했던 독과점 문제와 지방 공항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특정 노선의 공급 의무를 완화하는 대신 운임 상한제 도입이나 신규 노선 취항 의무화 등 대체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괌과 사이판처럼 관광지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현지 정부와의 협력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과거 의류 수출로 번성했던 사이판이 최저임금제 도입 후 산업이 쇠퇴하면서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지속 가능한 관광 산업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180석 비행기에 승객 3명이라는 극단적인 사례는 단순히 한 노선의 문제를 넘어 시장 변화에 둔감한 규제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고 있습니다. 항공사와 지방 공항, 관광지가 모두 승자가 되는 지속 가능한 항공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규제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