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은 급증, 성립은 뒷걸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분쟁조정 신청이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2022년 4,118건이던 신청은 2023년 6,390건, 2024년 9,731건, 2025년 13,671건으로 3년 만에 3.3배로 불었는데요. 2026년에도 9월 11일까지 8,227건이 접수되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청이 늘수록 조정이 성립될 확률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겁니다. 조정 성립률은 2022년 40.3%에서 2025년 30.2%로 10.1%포인트 하락했고, 2026년에는 26.6%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소비자들이 제도를 찾는 문은 넓어졌지만, 실제로 구제받는 길은 좁아진 셈입니다.
거부하는 쪽은 대부분 사업자
조정이 성립되지 않은 사유를 들여다보면 원인이 한쪽에 쏠려 있습니다. 2021년부터 2026년 9월까지 불성립 5,873건 가운데 사업자 거부가 91.7%를 차지했습니다. 소비자 거부는 7.1%, 양측 거부는 1.1%에 그쳤습니다.
거부 이력이 많은 사업자도 눈에 띕니다. 네이버가 124건으로 가장 많았고, 트립닷컴 51건, 한국정보통신 42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최근 사례로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에게 1인당 10만 원 배상을 요구한 조정안을 거부했고, 빗썸도 API 연동 이벤트 지원금 분쟁에서 수수료 면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소송으로 밀려나는 소비자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소송 전에 분쟁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사업자가 조정 결정을 거부하면 강제력이 없어, 소비자는 결국 민사소송이라는 긴 싸움을 선택해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절차인 만큼 중간에 포기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을 겁니다.
신청 건수는 사상 최대인데 성립률은 역대 최저라는 이 모순이 제도 신뢰를 흔들고 있습니다. 조정안을 실제로 이행하도록 유도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