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해지는 '디지털 성년' 기준
프랑스 의회가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프랑스는 호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는 최초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법으로 제한한 나라가 되었는데요. 법안은 오는 9월부터 신규 계정 생성을 막고, 기존 계정은 이듬해 1월부터 모두 폐쇄할 예정입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틱톡 알고리즘에 노출된 자해 콘텐츠로 15세 소녀가 목숨을 잃은 사건과 SNS 갈등으로 10대가 또래를 살해하는 등의 끔찍한 사건들이 잇따랐죠. 이처럼 플랫폼의 중독성 설계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해를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법제화로 이어졌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고등학교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금지 뒤에 숨은 우회와 실효성 논란
하지만 법이 통과됐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SNS 이용을 금지한 호주의 사례를 보면, 청소년의 85% 이상이 여전히 SNS를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모나 형제 명의로 가계정을 만들거나 VPN으로 우회 접속하는 등 규제를 쉽게 뚫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프랑스 청소년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온라인 괴롭힘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정보 습득과 소통의 기회를 제한하고 무조건적인 금지가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팽팽하게 맞섰죠. 실제로 무작정 막는다고 해서 청소년이 플랫폼의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입니다.
영국은 이런 문제를 고려해 16세 미만은 가입 금지, 16~17세는 야간 셧다운제와 무한스크롤 비활성화 등 연령별 차등 제재를 도입했습니다. 일본은 전면 금지보다는 플랫폼의 자체 점검과 이용 시간 제한 같은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는데요. 각국이 상황에 따라 다른 처방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한국도 속도 내는 규제…남은 과제는
한국 정부도 청소년의 SNS 과몰입 방지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14세 미만의 SNS 가입 제한과 함께 14~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무한스크롤, 자동재생, 추천 알고리즘 노출 제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최대 5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해외 사업자를 겨냥한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도 검토 중입니다.
다만 국내 기업만 규제하는 역차별 우려와 과태료 규모가 글로벌 플랫폼에게는 푼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연령 확인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보관될 것인지, 타인 명의 가계정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등 세부 설계가 아직 미흡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실효성과 공정성 문제를 동시에 풀어내지 못하면 규제는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 있습니다.
플랫폼들도 자발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클립은 14세 이상 가입으로 문을 좁혔고, 카카오는 보호자가 자녀의 활동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내놓았습니다. 메타 역시 18세 미만 계정의 콘텐츠 노출 수위를 낮추고 60분 이용 시 강제 종료 알림을 보내고 있습니다.
청소년을 디지털 유해 환경으로부터 지키려는 각국의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다만 금지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술적 보호와 교육, 그리고 플랫폼의 자율적 책임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실효성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