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의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과 노동당국이 20일 오전 9시부터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와 관련해 HJ중공업 본사와 현장 사무소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약 50여 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되어 작업 관련 서류와 사고 이력 자료를 확보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6일 발생한 이 사고로 높이 63m의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무너지면서 현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7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부상하는 참사로 이어졌는데요. 이번 압수수색은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첫 번째 공식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누구의 책임인가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사고 다음 날인 7일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와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한국동서발전 권명호 사장, HJ중공업 유상철·김완석 공동대표, 코리아카코 석철기·김래회 공동대표 등 12명을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의 책임을 강조하며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서의 안전관리 소홀을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공공기관 발주공사 중대재해에서 발주자가 처벌받은 사례는 2020년 인천항 갑문 보수공사 사고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 반복되는悲剧
울산 지역은 중대재해가 특히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지난해 20건의 중대재해로 23명이, 올해는 11월까지 31건으로 3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피해자 대부분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는데, 이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한국동서발전이 발주하고 HJ중공업이 시공을 맡은 이 공사에서 실제 발파 작업은 코리아카코가 담당했으며, 사망자 대부분이 하청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유족 대표 A씨는 "세월호 참사 수습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번 사고 역시 구조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발생했다"며 깊은 슬픔과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발전소 해체,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
이번 사고는 노후 발전소 해체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국내에서는 40년 이상된 노후 발전소 해체 작업이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하지만 발전소 해체 관련 안전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전문 기술 인력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2038년까지 40개 핵발전소 해체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체계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HJ중공업은 6년 만에 발전소 해체 기술을 확보했지만, 90년대 이후 관련 기술 개발은 정체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당국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원·하청 간 작업 지시 관계, 작업 공법, 안전관리체계 등을 면밀히 분석할 계획입니다. 특히 붕괴 사고 당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인데요. 부산노동청은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에게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 과정의 위험을 재점검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력하여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한편 지역 언론은 중앙 언론의 관심 부족을 지적하며 "정치 뉴스의 그림자에 가려진 지역의 비극"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